롯데와 동희즈
옛날에 롯데에 어떤 동희가 있었는데, 아마추어 시절부터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받았던 박동희다. 데뷔 이후에도 꽤 좋은 공을 던졌고, 롯데의 마지막 우승 순간을 함께 한 투수다. 그런데 은퇴 후에 불의의 사고로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롯데에 주목받는 신인 ‘동희’가 나타났는데, 그는 내야수 동희 ‘한동희’다.
한동희는 누구인가, 아기 장사의 등장
한동희는 2018년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고3 때 4할 타율과 1.3의 OPS를 기록하며 KT 강백호와 함께 기대를 모았고 그래서 롯데는 최민준이나 이원준을 뒤로 하고, 한동희를 뽑으면서 그에게 조선의 4번 타자가 떠난 이후를 책임져주길 바랐다. 첫 시즌에 조원우 감독(커리어 1번 감독) 픽으로 스프링캠프에도 다녀왔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었고 7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고, 데뷔 첫타석에서 무려 메릴 켈리(현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초구를 받아쳐 2루타를 쳤다. 이날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4월 들어서면서 수비 실책이 많아졌고 타율도 하락하면서 5월에 드디어 2군으로 내려갔다. 한동희는 2군에서 대폭발을 했는데, 1군에만 오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면서 그렇게 1년차 시즌이 끝났다. 87경기 226타석, 0.232 타율, OPS 0.639를 기록했다. 하지만 퓨처스 리그에서는 홈런 15개를 쳤고, 잘만 커준다면 롯데를 이끌 재목임은 분명하다고 코치들이 말했다.
한동희 2년차, 감독이, 단장이, 야구공이 바뀌다
2년차 시즌, 이번에는 감독이 양상문(커리어 2번 감독)으로 바뀌었다. 양상문 감독은 한동희를 3루수 주전으로 삼고 지원했으나 전반기에 부진했고, 양상문 감독이 7월에 자진사퇴를 했다.(감독대행은 공필성, 커리어 3번 감독) 한동희는 이후에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해에는 야구공 반발계수 이슈가 있었던 해이기 때문에 한동희를 조금 봐줄 수는 있고, 2년차라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해주자. 59경기 187타수에 타율 0.203 OPS 0.554를 기록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봐야 할 시즌이다.(이해 9월에 메이저리그 프런트에서 일했고, 무려 테오 엡스타인(무승 종결자) 단장과 친분이 있던 성민규가 롯데 단장이 되었다. 프런트 야구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였다.)
한동희 3년차,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3년차 시즌인 2020년은 코로나 시즌이다. 시즌이 열릴 것인지도 불확실했었는데 그래도 K방역의 효과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로야구가 시작되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KBO가 천조국에 역수출되는 일도 있었다. 한동희 커리어 3년차 시즌의 감독은 허문회(커리어 4번째 감독)다. 그 역시 한동희를 믿기로 한 모양, 그는 포수 수비 이슈를 달고 살던 사람인데 수비가 부족한 한동희는 주전으로 기용했다. 한동희는 군입대를 뒤로 하고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5월, 6월을 보내면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랬던 한동희가 7월이 되자 달라져 버렸다. 7월 2일 NC전에서 홈런을 치더니 이날부터 16일까지 무려 7개의 홈런을 쳤다. 드디어 한동희가 포텐을 터트린다고 다들 설레발을 쳤다. 7월 한달 간 타율 0.294 출루율 0.364 장타율 0.647 OPS 1.011을 기록했다. 8월 9월에는 조정기를 거치더니, 10월에 다시 홈런을 6개를 몰아쳤다. 시즌 135경기 461타수 128안타 17홈런, 타율 0.278 출루율 0.361, 장타율 0.436을 기록했다. 진일보한 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입을 대자면, 5, 6, 8, 9월은 쉬고, 7월, 10월 2달간 홈런을 몰아쳤는데, 총 17개의 시즌 홈런 중 2달간 13개를 쳤고 나머지 네 달은 평균 1개를 친 꼴이다. 꾸준하지 못하다고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팀이나 팬들이 한동희에게 원하는 것은 7월달에 보여준 퍼포먼스가 시즌이 진행되는 6개월 동안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홈런 7개는 아니더라도 4-6개씩 6개월 동안 꾸준히 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폭발력도 좋지만 꾸준하지 않으면, 다른 팀 투수들이 얕보게 된다.
퐁당퐁당은 박세웅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동희 4년차인 2021시즌, 연봉도 올랐고, 이제 주축이 될 시즌이다. 올림픽도 있으므로 열심히 성적을 올려야 하는 시즌이다. 그런데 그만 퐁당퐁당 시즌이 되고 말았다. 한 달 잘하고 한 달 쉬어가는 시즌을 보냈다. 이해 5월에 팀, 단장, 팬, 특히 언론과 엄청 싸웠던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고 2군에 있던 래리 서튼이 감독이 되었다.(한동희 커리어 5번째 감독) 한동희는 올림픽 브레이크 전후로 타격감을 상실했다가 시즌 막바지에 다시 회복했다. 성적은 작년과 비슷했다. 성적이 정체되었다고 하자, 안정기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한동희 5년차인 2022시즌, 드디어 이대호 은퇴 시즌이다. 이대호 은퇴를 맞이하여 한동희가 4월부터 대폭발했다. 7홈런, 타율 4할 2푼 7리에 OPS가 1.249다. 하지만 5월 쉬었고, 6월 햄스트링 부상이 있었다. 그리고 시즌은 그냥저냥 시즌이 되었다. 129경기 456타수 140안타 14홈런, 65타점 OPS 0.817, 타율 0.307이다. 롯데가 한동희에게 원하는 것이 안정적인 에버리지 타율일까? 아닌 것 같은데.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다는 평가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다.
한동희 6년차, 다시 알 속으로 들어가다
한동희 6년차인 2023시즌, 체중을 줄이면서 야심차게 시작했고, 3월 시범경기를 홈런으로 시작해서 ‘이제’라고 생각했지만, 야구는 결국 평균에 수렴한다고 본격 시즌인 4월에 71타수 2안타 2홈런을 기록했고 타율 0.169에 OPS 0.512를 기록했다. 수비 전문 선수도 이렇게는 안될 것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5, 6월에 홈런이 없고, 7월에 석달 만에 홈런 2개를 쳤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행운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홈런레이스에 나갔으나 0개 홈런을 쳤다. 8월 홈런 패스, 9월에 70여 일만에 홈런, 10월에 무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108경기 319타수 71안타 5홈런 2루타 11개를 기록했다. 어떤 말이 필요할까.
한동희, 강정호 스쿨과 롯태형의 효과를 볼 것인가
한동희는 통산 6시즌 647경기에 나왔고 2312타수를 기록했는데, 홈런은 59개이다. 루키시즌 18, 19와 폭망한 23시즌 홈런 수를 제외하면 48개이다. 20-22시즌 3시즌 정도 평균적으로 130경기에 나와서, 450타수에 평균 16개의 홈런을 치고, 66타점, 50득점, 60개 정도의 볼넷, 삼진 100개 미만, OPS0.800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나름 레귤러의 성적이다. 그런데 한동희는 수비에서 점수가 까이니, 이 평균 기록보다 홈런은 +10, 타점은 +20, 득점은 +40, 볼넷도 +40, OPS 0.9~1.0은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한동희도 살고, 롯데도 살 수 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경남고 후배라고, 롯데의 미래라고 한동희를 엄청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한동희는 아직 팀과 팬과 선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시즌 동안, 손아섭이 효과를 봤다는 강정호 스쿨에 다녀온 한동희, 과연 24시즌에는 이전의 기록을 뛰어넘는 향상된 기록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해본다. 스포츠에 가정은 없다지만 한동희가 30홈런 100타점을 친다면 롯데는 우승에 조금 가까워질 것이다. 나같은 엘지팬은 사직동 근처에 지나가지도 못하지 싶다.
한동희 FA대박까지 3년 남았다
한동희는 FA까지 3시즌 남았다. 이 세 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100억 FA가 될 것인지, 아니면 수비 안되는 노망주로 남을 것인지가 갈릴 것이다. 그리고 아직 군문제도 남았다. 어떤 시즌이 중요하지 않겠는가마는 한동희에게 이번 시즌은 아주 중요한 시즌이 되었다. 어서 개막해서 '강정호 스쿨'의 효과를 보고싶다. 또 한동희 커리어 7번째 감독인 김태형이 어떤 마법을 부릴지도 기대된다. 롯태형은 두태형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