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윤동희-세 번째 동희, 찐동희
야구의 신은 공평하다. 몇 년째 팀 성적은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드래곤볼 구슬 모으듯 재능있는 선수들을 하나씩 모았고, 뜬금없이 포수로 뽑았더니 투수가 되어 A급 선발이 된 선수도 나왔다. 그리고 윤동희, 김민석같이 똑딱이지만 잘 치는 선수도 나왔으니 크보 리그의 신은 정말로 공평하시지 않은가.
배구선수 김희진을 닮은 야구선수 윤동희는 2022년 2차 3라운드 전에 24번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시즌 개막 초반부터 리그를 씹어먹으면서 팬들을 기대하게 했다. 5월 중순까지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돌면서 16경기 51타수 19안타 1홈런 11타점에 타율 0.374, 출루율 0.414, 장타율 0.588을 기록했다. 물론 퓨처스 기록이긴 하다.(쏴리)
윤동희가 곧 1군을 점령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5월 말에 1군에 콜업되었고, 하필 엘지 트윈스 전에 6번 1루수로 데뷔전을 치렀다. 첫날은 안타가 없었고, 둘째 날이 6월 1일 경기에서 아담 플럿코를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쳤고, 백승현을 상대로 2루타를 쳤다. 이날은 엘지가 14대 5로 이긴 날인데, 나균안이 초반부터 터져서 일찍이 경기가 터진 날이다. 나균안을 상대로 사직에서 메가트윈스포가 터진 날이라고 할 수 있다.(윤동희의 커리어 첫 안타 상대가 누군지 몰라서 네이버 중계 기록을 한참이나 뒤졌다.)
윤동희 데뷔 첫 해, 생긴 것은 꼭 대졸 선수같은 이 고졸 신인은 1군에서도 꽤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2군으로 다시 내려갔고, 2군에서는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송구 입스가 있어서 외야수로 전향 연습을 했고, 결국 외야수가 된다. 시즌 후에 질롱코리아에 갈 예정이었는데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김민석이 대신 가게 되었다. 시즌 후 상무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뭔가 일이 꼬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2군은 폭격했지만, 1군에서는 보여주지 못했고, 질롱코리아에서 뛸 기회를 잡았지만 부상치료를 해야 했고, 상무에서 병역을 해결하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탈락이라니, 이러면 머릿속에 왜 이렇게 안 풀리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야구 선수에게 '운'이란 어떤 것일까. 자신이 통제하기 힘든 어떤 것. 감독이 매년 바뀐다든가, 프런트가 분탕질을 한다던가.
하지만 2023년 윤동희에게 우주의 기운이 몰려온다. 시범 경기 성적이 좋지 않아 2군에서 시작했지만 9경기에서 4할 중반대를 기록하면서 1군에 콜업되었고, 1군 첫날에 안타와 밀어내기로 팀이 승리하는데 일조했다. 팀은 4월에 14승 8패, 5월에 13승 9패로 승패마진 +10을 기록했다. 윤동희는 5월에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 타율 3할 3푼을 기록하며 자기 몫을 했고, 봄데에 일조했다.
6월에도 윤동희의 개인 성적은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팀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6월에 KT에 2연속 스윕을 당하고, 삼성, 한화, SSG, 엘지에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면서 4, 5월에 쌓았던 +10이 +3밖에 남지 않았다. KT는 롯데를 보약 삼아서 결국 접을 것 같았던 시즌을 살려내 리그 2위로 매듭짓고, 강철매직에게 재계약을 안겼다. 롯데 보약은 효능이 좋다.
7월에 윤동희는 1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고, 롯데를 이끄는 소년 가장이 되었다. 하지만 팀은 5승 12패를 기록하면서 –9까지 떨어졌다. 전반기 롯데 최고 히트 상품이었고, 수렁으로 빠져드는 팀 성적과 달리 신인 김민석과 함께 미래를 꿈꾸게 만들었다. 스포츠 신문에서 팀보다 선수가 먼저 나오면 전날 게임은 진 것이다. 이제 팀보다 선수를 말한다는 것은 시즌을 접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팀이야 나락으로 갔지만 윤동희 개인에게 '운'은 이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정후가 7월 말에 사직에서 부상을 당하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체 후보로 떠올랐고, 9월에 롯데 20세 이하 선수 최초로 100안타를 기록했다. 9월 2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이정후를 대신해 삼성 김성윤이 선발되어 아쉬워했는데, 바로 다음날 이의리가 손가락 부상으로 탈락하자(나중에 논란이 되었지만) 이의리 대체 선수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외야수, 우타 자원이 부족했던 참에 운이란 참으로 놀랍게 작용한다. 대표팀에서는 매경기 안타를 치며 금메달을 땄고, 병역 혜택은 덤이랄까.
2023년은 윤동희에게 우주의 기운이 몰린 한 해였다. 2023년에 107경기 400타수 타율 0.282 113안타 2루타 19개, 홈런 2개, 출루율 0.327, 장타율 0.350을 기록했다. 팀은 추락했지만 선수는 1군 레귤러로 살아남아 대표팀 외야수가 되었고, 병역 혜택도 얻었다. 이제 리그를 씹어먹을 일만 남았다. 한 해 반짝하고 리그에서 사라질 운명인 것인지, 새 감독과 함께 젊은 롯데를 이끌 리더가 될 것인지는 윤동희 하기에 달렸다. 엘지 명석하신 차단장님이 한화를 향해서 2-3년후 굉장히 강한 팀이 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롯데는 당장 올해 엄청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그 선봉에는 윤동희가 있다. 동희야,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