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포지션의 어려움
KBO리그는 10개 팀이 있고, 당연히 주전 포수는 팀당 1명이니 KBO주전 포수는 10명입니다. 그런데 포수 10명으로 1년 144게임에 9이닝씩 모든 게임을 뛴다면, 그 포수는 아마 죽고 싶을 것 같습니다. 다른 어떤 포지션이 힘들지 않을까만 포수만큼 피곤한 포지션도 없을 것 같습니다. 포수는 끊임없이 상대 타자를 관찰해야 하고 상대 타자와 트래시 토킹도 해야 하고 그날그날 심판 성향도 파악해야 하며, 투수를 리드해야 하고, 도루 저지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투수가 3구 3진으로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다고 하면, 다른 야수들은 그냥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포수만 100개 가까운 투수의 투구를 받고 던지고 한 것입니다. 그러니 실제 상황에서는 얼마나 힘들까 싶습니다. 그래서 보통 포수는 백업 포수가 있어야 합니다. 백업 3루수, 백업 2루수가 아닌 백업 내야수가 있지만, 포수는 정말 백업 포수입니다. 주전 포수의 체력 안배를 고려하여 나오거나 대체로 타격이 약한 포수라면 그 자리에 대타를 기용했다가 경기 후반부에 백업 포수로 교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간혹 유강남같이 금강불괴형 주전 포수가 나타난다면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물론 팀에는 불펜 포수도 있습니다. 투수들은 포수들을 향해 공을 던지는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불펜에서 공을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불펜 포수입니다. 주전 포수가 공을 받기도 하지만, 불펜 포수들이 공을 받고, 코치들에게 그날그날 투수의 공 상태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포수는 여러 방면에서 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포지션입니다.
엘지에는 현재 주전 포수로 참치 박동원이, 백업 포수로 허부기 허도환이 있습니다. 허도환은 계약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아마도 내년부터는 김범석이 백업 포수로 활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김기연이 대오각성한다면 좋겠지만, 팀에서는 타격에 재능을 보인 김범석을 그냥 두기도 힘들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주전 박동원이 4일을 선발 출전하고 신인 김범석이 일주일에 1~2게임 정도는 나와서 성장해가는 그림인데,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이제 주전과 유망주 사이에 끼어버린 김기연 선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기연은 누구인가
김기연은 광주 진흥고 출신이며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4번으로 엘지에 드래프트 되었습니다. 아주 낮은 순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팀에서 기대할 순번도 아닙니다. 2022~23시즌에 질롱코리아에 파견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펀치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팀에서는 3, 4번을 쳤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고등학교 였고, 2016년에 시범 경기나 전지훈련 기간 중 연습경기에서 파워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1군에 정착하지는 못했습니다.
2017시즌에 시범경기에서 타율 5할을 넘기며 선전했으나 시즌 내내 2군에서 보냈고, 2군에서는 조윤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장했습니다.
2018시즌 9월에 처음 1군에 콜업되었고, 9회말 상황에서 대수비로 1군 데뷔전을 치렀는데 결국 시즌 끝까지 2경기를 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2019년에 군 보류 선수가 되었고 2021에 육성선수 신분이었습니다. 2022시즌에 최강야구로 알려진 박재욱이 은퇴하자 정식 선수가 되었고 1군에 콜업되었습니다.(사실 박재욱의 은퇴는 예상외였습니다. 박재욱은 허도환과 경쟁할 것으로 봤는데, 스스로 어렵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9월에 확장 엔트리 때 1군에 다시 올라왔고 주로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전했습니다.
2023시즌에 시범 경기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 개막 엔트리에 들었습니다. 주로 김윤식과 파트너로 나왔고, 박동원의 체력 안배를 위해 1주일에 1회 정도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김윤식이 그나마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좀 오래 나왔을 지도 모르는데, 김윤식이 난조를 보여서 마땅히 나올 일이 없어졌고, 시범경기 때와는 달리 타격은 엉망이었고, 1년 내내 파울플라이를 놓치고 포일, 송구미스 등이 많았습니다. 2023년은 나름 김기연에게는 기회가 온 것인데, 잘 살리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FA로 영입한 두 포수 중 한 명은 노쇠했고, 팀에서 기대를 갖고 1픽으로 뽑은 유망주는 어깨부상으로 1년간 포수 포지션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스스로만 잘 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김기연이 못했습니다.
김기연의 앞날, 분발을 기대함
팀에서는 박동원이라는 FA포수를 사왔고, 백업 포수 자리도 허도환이 맡아서 하기 때문에 이들이 부상이 생기면 그 자리를 파고 들어야하는데, 타격이 안되면 수비라도 빈틈없이 해야할 시점에 김기연은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김범석이라는 팀의 유망주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타격만큼은 자신있다며 어필하고 있습니다. 김기연은 수비도, 타격도 밀리는 중고참이라 이제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시즌 종료 후에 2차 드래프트로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라도 옮겨가서 포텐이 터졌으면 싶은데, 지금처럼 수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느 팀도 부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조인성 코치에게 엄청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훈련하는 모습을 볼 때는 열심히 해서 기회를 잡았으면 싶었는데, 평가가 좋지 않아서 아쉬울 뿐입니다.
김기연은 KBO 통산 3시즌, 42경기 타율 1할 4푼, 6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했습니다. 김기연은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선수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선수의 포텐이 터질 때까지 기다려 줄 수도 없습니다. 프로는 냉정한 곳입니다.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지 못하는 선수는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기연의 분발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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