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우승과 함께 은퇴하다
정주현이 은퇴했다. 아직 조금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될 듯 될 듯 터지지 않았던, 정주현은 트윈스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진작에 썼어야 하는 글인데, 우승을 하고 나니 사람이 글쓰기에 게을러졌다고 해야겠다. 그리고 이제 새해를 맞아 또 열심히 써야겠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은 정주현이다.
정주현은 누구인가
정주현은 2009년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36번으로 엘지 트윈스에 지명되었다. 2차 지명이 9라운드까지 진행되었고 6라운드에 유희관이, 7라운드에 문선재, 오정복, 김진형 등이 기억나는 이름이고, 다른 선수들은 1군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 거의 끝자리라고 봐야할 것이다. 5라운드에는 김지수, 정수빈, 여건욱 등이 눈에 띈다. 한 해에 100여명의 선수들이 드래프트되고 그중에서도 몇 명만 1군에 남고, 또 몇 명만 레귤러가 되는 현실에서 정주현은 1군과 2군을 오가며 주전과 비주전 사이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정주현은 KBO통산 12시즌 762경기, 1653타수 2할 3푼 7리의 타율을 보였다. 데뷔 이후부터 많은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고, 타율로 2할에서 조금 못 미치거나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군 제대후 30대가 넘은 2018년 시즌부터 3년간 100경기 이상 출전했고, 2할 중반대의 타율에 80개 정도의 안타를 기록했다. 아무래도 이 세 시즌이 정주현에게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지 싶다. 2루가 항상 힘들었던 엘지 트윈스에서 정주현에게는 여러번 기회가 왔다. 그런데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정주현은 왜 성장하지 못했나
정주현은 동기생인 오지환이 오지배 시절에서 벗어나 타격도, 수비도 일취월장할 때, 수비도 타격도 개선되는 모습이 없었다. 가끔 미친듯한 수비를 보여줄 때도 있지만 기록으로 말하는 야구에서 정주현의 2루 수비율은 하위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타격이 되는가하면 그의 통산 타율이 말해주듯이 다른 팀이었다면 진작에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돌고돌아 정주현’이라는 밈이 있을 정도로 정주현은 꽤 오랫동안 트윈스의 2루를 주전이든 백업이든 지키고 있었다. 서건창의 영입으로 2루 주인은 서건창이 되는가 싶었는데, 서건창이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지고, 이 자리를 손호영, 송찬의가 자리를 잡아야하는데, 수비든 타격이든 이상하게도 정주현을 넘지못하는 괴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정주현이 2루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올해는 신민재의 등장으로 정주현은 2루 백업이었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이영빈도 돌아오(겠)고 하니 2루는 아마도 전쟁터가 되지 않을까싶다.
정주현이 놀라운 것은 주력으로는 리그탑이라고 하는데,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하지 않는 모순을 보여준다. 올해는 그래도 감독이 뛰라고 모든 선수들에게 그린라이트를 줬는데도 놀랍게도 도루가 하나 뿐이다. 스스로를 못 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것이 정주현의 성장을 방해한 것은 아닐런지...
정주현의 새로운 인생
이런 정주현이 크보에서의 12시즌, 군복무와 2군을 포함하면 15년간의 프로선수생활을 마치고 코치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 명석하신 차단장님께서 한말씀하셨는데,
“정주현이 은퇴하고 지도자로 시작한다. 보직은 아직 결정이 안 됐는데, 정주현이 타격코치를 하고 싶다더라. 자기 통산 타율이 얼마인지는 생각도 안 하고 타격코치를 하고 싶다고... 주루 코치나 수비 코치를 하지 않을가 생각하고 있다.”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주현은 현역 시절에 타격도, 수비도, 주루도 사실은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뭐라도 하나 특출난 것이 있었다면, 가령 김우석 수비코치 같은 이는 현역 때 전문 대수비 요원이다가 수비코치가 되었으니 전문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정주현은 그런 것도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진짜 열심히 해야한다. 현역시절에는 조금 부족했더라도 코치로 대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염경엽 코치처럼 리그를 지배하던 선수가 아니더라도 우승청부사 감독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니까, 정주현도 그런 코치가 되고 또 기회가 되면 감독도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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