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양키스 전설의 포수 요기 베라의 이 말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2023년 한국시리즈 3차전을 보았다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다가 경기를 마무리하러 올라온 마무리들이 양팀 모두 난조를 보이면서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극장전으로 진행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1루수 문보경이 땅에 공을 집어던지는 플레이나, 이정용이 검지를 쭉 벋어 ‘봤지, 봤지, 이게 나야’하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그만큼 치열했던 경기였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야구 경기에서 팀이 앞서 있는 상황에서 9회에 올라와 경기를 끝내야 하는 마무리 선수들, 어떻게 생각하면 3명의 타자를 잡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 싶은데, 진짜 어려운 모양이다. 타자들도 9회가 되면 어떻게 그렇게 집중을 잘 하는지, 어떻게든 뒤집어 보려고 용을 쓴다. 그래서 마무리는 팀에서 공이 빠른 선수, 멘탈이 좋은 선수가 주로 맡게 된다. 사실 공이 빠른 것은 눈에 보이는데, 멘탈이 좋은 것은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면 유명한 마무리들을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는 오승환, 구대성불패, 손승락앤락, 노송 최용수 등을 꼽을 수 있다. MLB에서는 170을 던지는 채프먼, 양키스의 전설의 마무리 리베라, 지옥의 종소리 트레버 호프먼, 그리고 다저스 마무리 출신 켈리 젠슨 등이 있다. 잘 던지면 이긴 것을 지킨 것이고, 못 던지면 비난을 한몸에 받는 선수들이다. 위에 언급한 선수들은 한 시대를 지배한 특급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선수들 옆에 감히 이름을 새기려고 도전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엘지 트윈스의 고우석이다. 고우석은 올해 이전에는 정말 열심히 이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고우석의 노력을 알아보자.
고우석은 누구인가
고우석는 98년 8월 생으로 충암고를 졸업한 우투우타의 선수로 2017년 1차 지명으로 엘지에 입단했다. 이 해 드래프티들 중에서 현재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두산 최원준, 키움 이정후 등이 있다. 롯데 윤성빈은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 그 외에 롯데 나균안, 키움 김혜성, SSG김성한 등도 이 해에 드래프트 되었다. 아주 망한 해는 아니었던 것이 지금 언급한 선수들이 한국 야구의 핵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신인이었던 2017년 시즌 시범경기에서 나왔다.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는데 구속이 최대 150Km까지 찍히면서 팬들을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4월 16일 KT와의 경기 7회초 7:4로 앞선 상황에서 1군 첫 등판을 했고 151Km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을 던져 1이닝 1K 삼자범퇴하고 내려갔다. 이렇게 1군 생활이 시작되었고, 최종 성적은 25경기 26이닝 1홀드 방어율 4.50을 기록했다. 팬들을 설레게 하는 신인의 등장이었다.
2018시즌 연습 경기에서 부진했고 4월 초 개막 이후 몇 게임 지나서야 구속이 돌아왔다. 2018시즌은 팀의 마무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한 해였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진짜 수시로 불러올려서 혹사시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8월에는 8월 5일에 3점차 뒤진 상황에서 나와 40개를 던지고, 9일, 10일, 12일에 계속해서 던지면서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56경기 67이닝 3승 5패 방어율 5.91이었다. 마무리 방어율이 저렇게 된 것은 본인 탓도 있지만, 마구잡이 기용을 하는 코칭스태프도 원인이었다.
2019시즌은 필승조로 시작해서 5월쯤에 마무리 정찬헌이 부상으로 빠지자, 마무리로 보직을 전환했고, 드디어 자기 자리를 찾았다. 역대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을 세우며 리그 최고의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65경기, 71이닝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방어율 1.52를 기록했다. 한 해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싶다. 2020시즌은 부상으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세이브에 성공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0경기 41과 2/3이닝 방어율 4.10이었다.
고우석, 커리어 하이와 KBO대표 마무리가 되다.
그리고 2021과 2022시즌은 ‘내가 고우석이다’하는 시즌을 보냈다. 2021시즌에 63경이 58이닝 방어율 2.71 1승 5패, 블론세이브 7개로 1위(안 좋은 기록도 기록이다.) 2022시즌에 61경기 60과 2/3이닝 방어율 1.48, 4승 2패 42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블론은 2개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우석은 대표팀 마무리가 되었고, 물론 대표팀에서는 이상하게도 안 풀리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3시즌, 시즌 초부터 대표팀에서부터 부상이 시작되었고, 개막하고도 부상에 시달렸는데 그럼에도 총 44경기 44이닝 방어율 3.68 3승 8패 15세이브를 기록했다. 2블론 세이브. 고우석이 마무리로 무려 8패를 기록하면서도 블론세이브는 2개 뿐인 것은 이상하게도 동점 상황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 올라오면 많이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9회의 박빙으로 앞선 상황에 오면 또 잘 던진다. 수비의 보이지 않는 실수로 게임을 내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기록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분명, 좋지 않기는 했다. 4~5년 동안 잘 던지던 불펜 투수들이 집단적으로 난조를 보이는 것은 좀 이상한 현상이긴 하다.
고우석, 23시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고우석에게 올해 변화라면 결혼을 했다는 것이고(이정후 동생과 결혼함), 작년에 많이 던졌다는 것과, 올해 대표팀 준비한다고 예년보다 조금 일찍 몸을 만들다가 실패했다는 점, 23시즌이 끝나면 구단 동의를 얻어 미국이나 일본으로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 그 때문에 브레이킹 볼을 연마하려는 욕심이 있었다는 점 등이다. 나열해보니 변화요인이 많다. 이 모든 변인 중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2개를 꼽아보면, 작년에 많이 던진 것과, 시즌을 일찍 시작하면서 부상이 왔고, 이것이 아직 완쾌가 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불안하다.
고우석, 팀 최고의 클로저, 너에게 맡긴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팀에 마무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염감독은 8회에 무려 3점을 자책점으로 내준 마무리를 9회에 다시 올렸고, 또 다시 1사 1, 2루의 찬스를 내주는 상황을 만들었다. 팬 입장에서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싶지만, 야구에는 또 이런 것이 있다. 만약 오늘 게임이 끝난다면 그 마무리는 누가할 것인가. 지난 수년간 엘지의 뒷문을 단단히 지켜온 고우석이 아닐까. 어제는 지나간 하루다. 아마 오늘도 앞 선 상황이라면 염감독은 고우석을 출전시킬 것이다. 야구는 그렇게 흘러간다. (그런데 어제 좀 많이 던져서 오늘은 아마 휴식을 줄 것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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