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로 가는 길

김민성, 슈퍼 유틸리티

철투쌤 2023. 10. 2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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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는 중독

 야구라는 놀이는 한번 빠져들고 나면 쉽게 끊기가 힘듭니다. 국가대표팀 경기만 보는 사람들은 몇 년에 한 번 야구를 보고 이러쿵저러쿵하겠지만, 국가대표팀 경기보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 경기를 더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야구팬들입니다. 1년에 144게임을 하는 야구 경기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는데, 그래서 야구팬들이 정말 싫어하는 요일은 월요일, 비 오는 요일이고 싫어하는 달은 야구 안 하는 달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길고 긴 야구 한 시즌을 아무런 부상 없이 무탈하게 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무려 6~7개월 동안 144게임을 해서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기는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하는데, 올해 1위 팀인 엘지 트윈스도 10경기 중의 4경기는 졌습니다. 올해 꼴찌팀인 키움이 4할 승률을 기록해 10경기 중의 4경기는 이겼습니다. 1등과 꼴지 사이, 바로 이 2할 사이에 다른 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긴 시즌 동안 어느 팀이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 잘 대처하면서 어떻게든 한 게임이라도 더 이겼는지 겨루는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판 승부라면 모든 것을 쏟아붓겠지만, 144경기이니 어쩌다가 초반에 터져버린 게임이라면 신인 선수들을 5회 이후에 넣어서 경험치를 쌓는 것도 좋은 운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팬들은 주전 선수들을 보러왔겠지만, 야구팬들은 게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너무도 긴 서두였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올해 우승팀 엘지에서 약방의 감초이자, 우승의 숨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김민성 선수입니다. 

 

김민성의 파란만장한 2023시즌

 2023시즌에 김민성은 주전에서 밀려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젊은 피 문보경이 3루 주전을 차지했고, 나이가 든 김민성은 밀려났습니다. 유격수 백업은 손호영에게 밀려서 시즌 시작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4월 시작하고 오지환이 부상으로 빠지고, 손호영도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민성이 그 자리를 맡게 됩니다. 엘지 트윈스로서는 4월부터 진짜 고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민성의 반전 매력이라고 할까요. 시범 경기 때까지만 해도 거의 은퇴해야 할 수준의 타격을 보여주더니 4월에 수비, 타격에서 모두 팡팡 커지면서 오지환의 공백을 완전히 채웠습니다. 가끔 김현수 공백도 막고, 4월 말에는 서건창을 밀어내고 주전 2루수가 되어 이러구러 잘 막아냅니다. 내야 슈퍼 유틸리티라고 보는 것이 맞아 보입니다. 이렇게 전반기를 잘 보내다가 7월에 부상을 당해 전반기를 마쳤고 후반기에는 활약이 저조했습니다. 문제는 7월 이후가 아닙니다. 7월 이후에는 주전들이 돌아왔고, 서건창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2루에 새 주인인 신민재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주전의 빈자리가 있었던 시즌 초를 적시에 김민성이 딱 하고 채워주면서 팀을 위기에서 건져 올렸습니다. 

김민성, KBO리그에서 16시즌을 살아남다

 저는 김민성 선수의 롯데 시절을 기억합니다. 앳된 얼굴, 원숭이를 연상시키는 귀, 그래서 별명이 민숭이, 우끼 등으로 불립니다. 아무튼 롯데 시절의 김민성은 수비 에러를 많이 하는 신인 3루수였습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2차 2순위로 입단했습니다.  2009시즌이 풀타임 첫 시즌입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타율 0.248, 4홈런, 37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준수한 기록입니다. 2010시즌에 박기혁과 조성환이 부상을 당하면서 김민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수비 부담 때문인지 타격은 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7월에 황재균과 김민성, 김수화 1:2 트레이드로 넥센으로 이적했습니다. 이 당시에 돈이 없었던 구단주 장씨가 선수를 팔아 KBO가입비를 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엘지는 이 때에 이택근을 데리고 왔습니다. 이는 현금을 얹은 트레이드로 의심을 받았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김민성이 넥센 팬들에게서 많이 시달렸습니다. 
 2011시즌은 타격이 나아지질 않았으나 팀 사정상 2군으로 가지 못했고, 124경기 0.236, 23타점, 37득점으로 타팀 같으면 벌써 2군행이었겠지만, 넥센이다 보니 기회를 많이 받았습니다. 2012년은 부상을 시작했고, 군에서 제대한 서건창에게 2루수 자리를 내주고, 강정호 부상 때 기회를 잡고 백업으로서 역할을 잘 해냅니다. 

 

김민성,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2013시즌 드디어 김민성이 깨어났습니다. 2할8푼 타율에 세 자릿수 안타, 두 자릿수 홈런, 출루율 0.350대, 이렇게 넥센에서 만개한 김민성은 13~18년까지 6시즌 동안 세자릿수 경기 출전, 2할 8푼 이상의 타율, 세자릿수 안타, 두 자릿수 홈런, 출루율 0.350대를 기록했습니다. FA 취득을 둔 법적 분쟁에서 1군 등록일 수 딱 1일을 차이로 FA가 1년 미뤄지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트레이드 보류라든지, 개인적인 수술 때문이라든지, 아쉬운 일이긴 한데 8년 넘게 지낸 팀에서 하루를 안 챙겨줘서 이런 난리가 생겨서 안타깝습니다. 2018년 연말에 사인엔 트레이드 방식으로 엘지로 팀을 옮겼고, 엘지는 넥센에 5억을 지급하고 FA 계약은 3년 18억 계약이었습니다. 혜자 계약을 한 명석한 차단장님께 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어리고 귀여웠던 김민성이 이 비좁은 리그에서 무려 16시즌을 뛰었습니다. 잘했던 때도 있고 못 했던 때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버텨낸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명석하신 차 단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만, 김민성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한 번 더 보여주고 우리도 강한 백업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종신 엘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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