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대이동의 시즌
2022시즌이 끝나고 KBO리그에서는 역대급 포수 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리그 탑 1, 2, 3, 4위 포수가 동시에 FA가 되면서 선수 가치는 천정부지가 되었고, 이들 포수를 보유한 팀은 이들과 계약할 것인지, 다른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 참전할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저는 엘지 팬이라 엘지 트윈스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사심이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2023시즌 전 포수 1순위는 양의지입니다. 수비, 투수 리드, 타격까지 갖춘 그의 이동은 올 한해 판도를 바꿀 만한 대 사건입니다. NC 다이노스는 돈이 없는 팀이 아니라서 웬만하면 양의지를 놓치지 않을 것 같은데, 올해는 두산의 구단주가 양의지를 데려오려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여 쉽지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양의지가 친정팀 두산으로 군말 없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지난 몇 년간 NC라는 팀에서 재미가 없었나 봅니다. 특히 각종 사건과 사고가 잦았던 마지막 시즌이 그를 떠나게 한 것 같습니다.
포수 2~3순위는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FA 가치로 보면 2순위는 엘지 트윈스의 강남스타일 유강남입니다. 최근 몇 년간 타격감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KBO리그의 프레이밍 일인자입니다. 엘지 트윈스는 명석하신 차 단장님이 오신 이후에 팀 내 FA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23시즌부터 연봉 상한제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를 넘기면 사치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벌금을 내더라도 FA를 놓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채은성은 이미 한화랑 계약하기로 된 것 같고, 유강남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롯데로 떠났습니다. 신기한 것은 유강남과 롯데의 계약이 발표되자마자 엘지는 바로 박동원과의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경쟁은 치열한 것 같았는데, 두산과 NC는 주전 포수를 바꾸는 거래를 했고, 강민호 이후 포수 고민이 깊었던 롯데는 유강남을 데려가면서 손성빈이 1군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 와중에 가장 큰 손해를 본 팀은 기아였는데, 2022시즌 중에 김태진에 10억을 보태 키움 박동원과 트레이드를 했는데, 박동원과 FA 계약을 하지 못하면서 3대 포수를 누구도 데려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난 후에 단장이 부정한 행위를 한 일까지 발생해 체면을 구겼습니다. 달아올랐던 스토브리그도 저물었고, 저 같은 엘지 팬들은 떠나간 유강남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차라리 잘됐다. 참치야 잘해보자”하는 생각이 좀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었고, 참치를, 세상에나 홈런 타자 참치를 사 왔던 것입니다. 역시 명석하신 차 단장님입니다.
박동원, 무명에서 주전으로 성장하다
박동원은 개성고 출신으로 2009년 2차 3라운드에서 히어로즈에 지명되어 프로에 진출했습니다. 2009년에는 2군이었고, 2010년에는 1군 7경기 2타수 무안타였습니다. 2010시즌 후에 상무에 입대했고, 2011년에는 이지영에게 밀렸고, 2012년에 이재원과 플래툰으로 등장하여 75경기 3할, 9홈런 41타점을 기록했습니다. 대단히 좋은 성적입니다. 이렇게 좋은 기록 뒤에는 체중이 불어난 영향이 커 보입니다. 박동원은 상무 시절에 역도선수의 조언을 받고 17kg이나 증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키움에 있었던 김동수 코치가 강민호 같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합니다. 다들 보는 눈은 있습니다.
2013시즌에 염경엽 감독이 키움에 부임하고 박동원에게 기회를 주지만, 박동원은 제대로 자리 잡지는 못했고, 2014시즌에야 조금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2015시즌부터는 주전 포수로 활약하는데 타율 2할 5푼, 100안타를 넘긴 시즌이 11시즌 동안 4시즌 정도입니다. 그런데 4년 65억에 FA를 할 수 있었던 것은 wRC+가 최근 5시즌 동안 평균 이상인 타자이며, 8시즌 가까이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쳐주는 포수이기 때문입니다.
박동원, 포수를 사서 홈런왕으로 만들기
사실 키움에 있을 때나 기아에 있을 때 박동원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성실하다고 하지만 생긴 것이 약간 이국적인 데다가 2018년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고, 타격 자세가 커서 동료 포수들의 머리를 강타하는 사건이 있었고, 자주 배트를 던지는 일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우리 팀 주전 포수가 되어 오고, 앞으로 최소 4년, 아니면 종신으로 우리 팀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좋은 점만 보게 되는 것입니다. 힘들어도 웃으면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나 필요할 때 큰 거 한 방을 날려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비록 전반기에 1년 치 홈런을 다 치고 후반기는 그냥 쉬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신입 포수의 첫인사가 워낙 강렬해서 아직도 박동원이 홈런왕 경쟁을 하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1년, 이제 마무리만 남았습니다. 참치 박동원이 올해의 월척이 되어, 트윈스의 우승 포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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