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성'의 변화가 시작된 2015년
‘돈성’, 삼성 라이온즈의 옛 별명입니다. 2015년에 제일기획이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을 인수하기 전에는 독립 법인으로 삼성 그룹의 계열사였습니다. 그래서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돈을 팍팍 썼고, 거의 최근 MLB의 뉴욕 메츠 급으로 선수들을 샀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구단들이 선수 이동에 대해서 많이 꺼렸던 당시에도 삼성은 ‘돈’으로 많은 것을 해결했으므로 ‘돈성’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고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말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던 우승도 2002년에 해결이 되면서 ‘돈성’의 시대는 꽤 오래오래 유지됩니다. 김응용, 선동열, 류중일로 이어지는 2001년부터 2015년의 15년 동안 9번의 정규 시즌 우승과 7번의 통합우승을 차지합니다. 엘지 팬은 부러울 따름입니다. ‘돈’만 놓고 보면 엘지도 삼성에 뒤지지 않는데, 결과는 너무 차이가 크게 납니다. 이랬던 삼성이 2015년 이후에 투자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고 할까요? 나름 합리적인 투자인 것 같은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할까요?
'돈성'에서 생긴 사건사고와 몰락하는 분위기
사실 2015년 이후에 삼성에 여러 사건이 벌어집니다. 2015년에 라이온즈 선수들 원정 도박 사건, 2016년에 안모 선수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혐의, 그리고 몇 건의 음주운전 사건, 2020년에 윤모 선수의 승부 조작, 불법도박 의혹 등이 생깁니다. 이렇게 뭔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FA가 된 박석민, 최형우는 차례로 내주고 이원석, 강민호, 오재일 이외에는 이렇다 할 영입이 없었습니다. 투수는 우규민을 영입한 것이 끝입니다. 박석민, 최형우를 대체할 선수는 오재일 정도였고, 외국인 농사도 선방했지만, 국내 투수진과 젊은 야수들의 성장이 늦어지면서 예전의 화력을 찾지 못했습니다. 만약 돈성 시절이었다면, 최형우나, 박석민이 떠났을지 의문입니다. 이런 시기에 21년 시즌을 끝으로 중견수 박해민도 떠나고, 2022년 시즌을 끝으로 내야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김상수도 떠납니다. 삼성이 FA가 된 프랜차이즈를 라이벌팀에게 보내다니 상전벽해할 일입니다. 박해민이 삼성을 떠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미스터 삼성일 것 같았던 김상수마저 삼성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한 팀 커리어’란 이제 단순히 낭만인가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만 대우해 줬다면 김상수가 떠났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너무 긴 서두였습니다. 이제 등장할 박해민은 이런 상황에서 삼성을 떠나 엘지에 나타났습니다.
2022년 최고의 영입, 박해민
박해민이 삼성에 있을 때는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빠르고 센스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박해민은 국가대표로 뽑혀서 오지환과 함께 쌍으로 욕을 먹고,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이 청문회까지 나와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조리돌림당하게 한 장본인이었습니다. 물론 이때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간 나름의 룰을 만들어서 국가대표팀 선수를 선발했었는데, 그리고 감독이 혼자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고, 기술위원이나 팀 간 합의에 따라서 뽑게 된 것인데, 선수들도 감독도 억울했을 것 같습니다. 그랬던 박해민이 FA로 풀리자마자 우리 명석하신 차 단장님께서 냉큼 픽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팬은 젊은 애들 안 키울 거냐고 성토할 뻔했습니다. 언제까지냐 하면 박해민의 잠실 수비를 보기 전까지입니다. 2022년 최고의 영입은 박해민입니다.
그간 잠실 수비의 대장은 누가 뭐라 해도 정수빈이었습니다. 정수빈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에게 얼마나 많은 아웃카운트를 주고, 얼마나 많은 패배를 당했는지 셀 수도 없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엘지 트윈스의 박해민이 드넓은 잠실을 축지법을 쓴 것인지, 발에 모터가 달린 것인지, 딱 하는 순간 공을 잡아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게임이 그의 손에서 결정이 났습니다. 끝내기를 막아내기도 했고, 승부처에서 상대의 흐름을 끊기도 했습니다. 박해민은 타격도 어느 정도 하고 누상에 나가면 도루도 주루 센스도 좋습니다. 2022시즌에는 홍창기와의 합이 맞지 않아서 둘 다 살아나가면 좋겠는데, 꼭 한 명만 살아나가는 불일치를 보이기도 했지만, 박해민은 타격과 주루가 아니더라도 수비만 해도 되는 선수였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게임을 살려내고, 플라이가 되면 팬들도 투수들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잠실 수비는 박해민이 1대장입니다.
노력하는 람보르미니, KBO를 지배하라
이런 박해민에게도 KBO리그에 입단조차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08년, 2012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해 입단 테스트를 거쳐 2013년에 데뷔하게 됩니다. 2013시즌 후에 입대하려다가 무산되었고, 2014년에 정형식, 이영욱 등에 밀렸는가 싶었는데 이들이 동반 부진에 빠지자 냉큼 주전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우승의 주역이 됩니다. 이후에는 삼성의 정상이 됩니다. 입단조차 어려웠던 선수에서 정상이 되고 몇 차례의 도루왕 타이틀도 차지합니다. 얼마나 많이 노력했을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타격지표가 조금 아쉽지만 수비와 주루로 이를 압도해버리는 선수. 이제 LG에 통합우승의 기운을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왕좌로 가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창기, LG 트윈스의 돌격대장 (0) | 2023.10.19 |
---|---|
문성주,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 해 (0) | 2023.10.18 |
신민재, 대주자에서 신이 되다 (0) | 2023.10.16 |
김진성, 황제에서 마당쇠가 되다 (0) | 2023.10.15 |
LG 트윈스 우승, 왕좌로 가는 길(Road to the throne) (0) | 2023.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