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로 가는 길

신민재, 대주자에서 신이 되다

철투쌤 2023. 10.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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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재 이전, 무주공산 트윈스의 2루

엘지 트윈스 신민재

 야구는 센터 라인이 강해야 팀이 안정됩니다. 엘지 트윈스가 우승할 때는 우선 투수가 강했습니다. 포수는 김동수, 유격수는 김재박, 유지현이었고, 중견수는 검객 노찬엽, 2루수는 김동재, 박종호였습니다. 이후에도 서울을 연고로 한 엘지는 꽤 좋은 선수들을 구성했지만, 이상하게도 조금씩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2루수 포지션이 너무 취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경수가 군 복무 후 FA로 떠난 자리는 손주인, 정주현, 잠깐 정근우 등이 돌려막기로 차지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이 시기는 캡틴 오지환이 팀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시기여서 센터 라인은 그야말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팬심도 알고 있으니 팀에서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217월에 키움과 트레이드를 통해 FA를 앞두고 있던 서건창을 데려왔습니다. 이 트레이드로 이제 선발이 되어 가고 있었던 1라운더 정찬헌이 팀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서건창은 팀의 기대와 달리 타격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2루수 자리는 다시 정주현에게 돌아갔습니다. 신인급 선수들도 여러 명 왔으나 수비는 되는데 타격이 안 돼 사라진 선수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2루수 포지션은 엘지 트윈스의 약점 중의 약점이 되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엘지를 떠나 수원에 정착한 박경수는 30대가 넘어서야 잠재력을 터트리며 만개했고, 엘지를 떠나서야 우승팀 2루수가 되었습니다.

 

염경엽 감독의 한 수, 신민재

 신민재는 대주자 전문 선수였습니다. 2015년에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뒤에 2016년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했습니다. 20182차 드래프트에서 엘지 트윈스에 지명을 받고 이적했는데 주전 선수들의 국가대표 이탈이나 부상 이탈을 대비한 영입으로 보입니다. 신민재는 여러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선수인데, 주로 내야 백업으로 출전했습니다. 신민재는 이대형, 정주현보다 발이 빠르다고 합니다. 또 멘탈도 엄청 강하다고 합니다. 신민재의 빠른발과 멘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은 2019년에 나옵니다. 20194월 말 KT와의 연장전에서 전유수 대 신민재 대결을 보면 신민재의 정신력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민재는 류중일, 유지현 감독 아래에서는 대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염경엽 감독이 와서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합니다.

 2022년까지 4시즌 동안 195게임에 출전에 30안타 61득점 22도루를 기록했던 신민재는 2023122게임에 출전하여 78안타 37도루를 기록하며 2루수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최고 기록 시즌을 보여줍니다. 사실 신민재가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23 시즌을 시작하면서 염경엽 감독은 뛰는 야구를 천명하면서 뛰고 또 뛰는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엘지 선수들은 1루에 나가면 죽기를 각오하고 2루를 노렸습니다. 이제는 제발 그만 뛰었으면 싶은 홍창기, 단타를 치면 아웃인가 싶은 문성주까지, 뭔가 빨라 보이는데 2루 훔치기가 너무 어려운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대주자로 등장한 신민재가 2루에서 세이프될 때는 희열이 있었습니다. 신민재는 팀에서 제일 빠른 선수지만, 빠르기만 하다고 해서 도루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23시즌 막판에 우승이 확정된 뒤에 사직구장에서 유강남과의 대결에서 신민재는 2번이나 도루사를 기록합니다. 그래서 우승이 확정되기 전이었다면 팬들은 신민재가 나왔을 때 도루자를 할까봐 걱정할 것이고 다른 팀 팬들은 걱정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신민재의 능력은 도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민재는 2루에서 가끔 미친 듯한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빠졌다 싶은 것도 건져내고, 이럴 때는 마치 2루수 김하성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타격에서도 일취월장해서 이 선수를 이전에 다른 감독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신민재, 이제 시작이다.

 신민재는 올해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주력, 수비력, 타격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타격에서 조금씩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도 놀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신민재에 대한 공략법을 들고나올 것입니다. 이제는 포스트 시즌이고 상대 팀은 더욱 철저하게 대처해서 나올 것입니다. 그러니 신민재도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해서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년 시즌에도 올 시즌과 같은 모습, 혹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년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선수가 있습니다. 신민재는 지난 수년간 팀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었으니 빛이 보이는 곳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겠습니다. 그것이 팀도 살고, 선수도 사는 길입니다. 신민재가 우승의 역사에 2루수로 당당히 기록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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