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오씨 오스틴
'잠실 오 씨'로 불리는 오스틴은 엘지 트윈스의 23시즌 외국인 타자입니다. 첫인상은 좀 그랬는데, 파이팅 넘치고 한 번씩 큰 것도 날려주는 무엇보다 꾸준한 외국인 선수입니다. 한동안 엘지 트윈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선수입니다.
그럼 지난 몇 년간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볼까요? 엘지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는 잔혹사를 볼 것도 없이 늘 잔혹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옆집 두산과 똑같은 구장을 쓰는 데에도 불구하고 옆집에서는 잘 나오는 홈런타자가 신기하게도 엘지에는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엘지에서 공들여 키운 홈런타자들은 다른 팀으로 가거나 옆집으로 가면 또 빵빵 터졌습니다. 그러니 이것 무슨 팀과 홈런타자의 상성이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외국인 선수에서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엘지에서 성공한 외국인 타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저 멀리 ‘페타신’ 페타지니 외에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페타지니 이후에 온 선수들도 대체로 교타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귀요미 히메네스가 있었습니다. 히메네스는 붙임성도 좋고 16시즌에는 20홈런 이상도 친 선수였는데 발목 인대 부상으로 퇴출당했습니다. 그리고 로베르토 라모스는 30홈런도 친 선수인데, 공을 컨택하는 능력이 너무 좋지 않고 허리 쪽에 통증이 있어서 이 선수도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MLB에서부터 약점이었던 몸쪽 낮은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고, 한국 리그에서 분석이 끝나고 나서는 대응 방안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파워가 있으니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부상 때문의 이별했습니다. 건강할 때 라모스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무슨 이런 선수를 데려왔었나 싶은 ‘보어’ 같은 선수들이 잠깐 발을 담갔다가 떠났고, 올해는 또 알몬테라는 선수와 계약을 하려다가 건강검진에서 걸리는 바람에 계약도 못 하고 시즌을 시작할 뻔했습니다. 그러다가 오스틴이라는 선수가 얻어걸린 것입니다.
오스틴은 누구인가?
오스틴 딘은 2012년 MLB 신인드래프트에서 마이애미 말린스에 지명됩니다. 2018년 메이저리그 34경기 122타석 25안타 4홈런을 기록하고 2019년에는 64경기 189타석 40안타 6홈런을 기록합니다. 이 해에 오스틴은 마이너리그에서 기록이 좋았기 때문에 마이애미 마이너 팜에서 기대하는 유망주였습니다.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거의 폭격한 수준입니다. 물론 그런 능력으로 MLB에서는 눈에 띄지 못했기 때문에 출장기회가 적었겠지요. 아마 AAAA급 선수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코로나 감염증에 감염되고 나서는 이전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팀 저팀 옮겨 다니는 떠돌이 선수가 되었습니다.
20년에서 21년 세인트루이스, 22년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는데 메이저리그 경기에는 많이 나서지 못했습니다. 22년 마이너리그에서는 트리플A에서 116경기 0.268 타율, 17홈런 OPS 0.812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또 기대할 점은 22년 자완 상대 성적이 3할에 OPS가 0.866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수비 대신 선구안과 접촉에 장점이 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개봉박두했더니 139경기 출전해 583타석 163안타(4위) 23홈런(3위) 95타점(3위) 타율 0.313 장타율 0.517(3위) OPS 0.893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역대급 엘지 타자 성적입니다.
올해 우승만 하면 그는 영원히 엘지 팬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오스틴은 잘 치기만 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오스틴의 원래 포지션은 외야수이지만 가끔 1루에 호출되기도 합니다. 3루수를 주로 봤었기 때문에 1루에서의 포구가 자연스럽다고 하고 무엇보다 감독이 오스틴의 수비에 만족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오스틴은 주루도 과감합니다. 올해 6월 두산전에서는 엘지 트윈스 용병 최초로 인사이드 파크 더 홈런을 쳤습니다.
오스틴, 우연이 가져다 준 우승 청부사
22년 연말에 엘지 트위스 프런트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알몬테가 건강검진에서 불합격하자 예비 후보였던 오스틴 딘과 접촉한 것입니다. 오스틴은 한때 유망주였지만, 코로나19 이후에 부진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이너 경력만을 보고 엘지 프런트는 총액 70만 달러(우리 돈으로 보면 12억 가까운 금액이다.) 올해 오스틴의 활약을 보면 이 정도는 정말 껌값에 불과하다 싶습니다. 아마도 내년에 오스틴은 일본이나 미국으로 돌아가지 싶은데, 1년간 힘들게 여기서 굴렀으니 MLB에서 부르지 않을까 싶은데, 하긴 씹어먹는 정도의 포스는 보여주지 못했으니 가도 걱정, 못가도 걱정입니다.
작년 연말에 오스틴이 했던 그 말을 가져와 보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2023시즌 LG트윈스와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기회를 준 LG트윈스에 감사하고 코치진, 선수들, 그리고 KBO 최고의 팬들과 함께 할 생각에 매우 설렙니다. 2023시즌에는 LG트윈스가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약속 지키자. 오스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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