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은퇴 압박에 놓이다
사실 야구는 결과가 중요한 게임입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하루하루의 결과가 중요하지만, 정규 시즌에서는 “야구 오늘만 할 것도 아니고.” 같은 말이 통합니다. 하루 이틀 반짝하는 선수들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긴 시즌을 꾸준히 잘 해주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간혹 반짝하고 사라질 것 같았던 선수가 자주 반짝거리다가 한 시즌을 살아남고, 또 다음 시즌도 살아남았다면, 심지어 이제는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는 정말 살아남은 것입니다. 우리가 TV에서 보았던 이대호, 양현종, 김광현, 류현진 같은 선수들은 A급 선수 중에서도 A급인 선수들입니다.
요즘에는 프로야구보다 예능 야구가 더 재밌다고 하는데, 다들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을 본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름 좀 있는 선수들은 진짜 유명했던 선수들입니다. 이택근, 정근우, 송승준 같은 선수는 리그를 들었다 놨다 했던 선수들입니다. 물론 리그에서 제대로 적응 못 하고 은퇴를 택한 박재욱이나 한두 시즌 반짝하고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김문호 같은 선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선수가 1군 주전이 되어 뛰고 싶은 것이 프로리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1군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2군만 전전하거나 1군 주전 선수의 백업으로만 지내며 한 두 게임 나오다가 결국 나이가 들어서 제 실력을 발휘도 못 하고 은퇴 압박을 받게 됩니다. 아마도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백승현이 그런 선수일 것 같습니다.
백승현, 오지환의 백업 유격수
백승현은 인천고 출신으로 우투우타입니다.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30번으로 엘지에 드래프트 되었고 포지션은 유격수인데, 프로에서는 2루, 3루에 전문 대수비로 출전했습니다. 입단 후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쳤고 2017년 5월에 전역했습니다. 전역 후에 2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는데 9월 말에 정식 선수로 전환되었고 그날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첫 출장한 날 데뷔 첫 안타를 기록하고 이후 오지환의 백업 유격수로 기대를 받았습니다.
기대를 하고 시작한 18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송구에서 아쉬움을 보였고, 2군 타율이 낮아서 1군에 올라오지 못하다가 5월에 부름을 받았고 수비는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전 오지환이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백승현의 자리가 없어졌고, 2군 타율이 2할 초반, 장타율, 출루율 모두 3할 언저리였기 때문에 1군에 올라올 명분도 없었습니다. 이듬해 19시즌도 2군에서 시작했고 백업경쟁자가 부진해지자 1군에 콜업되었는데 타격은 부진했고 심지어 부상을 입고 2군으로 복귀합니다. 6월 중순에 1군에 왔다가 병살과 실책성 플레이로 게임을 터트리고 2군으로 갔습니다. 6월 말에는 2군에서 타격이 좋았지만 콜업되지는 못했습니다.
백승현, 전향의 계기 질롱 코리아
19 시즌이 끝나고 질롱 코리아에 합류했습니다. 바로 홍창기가 이름을 알렸던 그 시즌이었는데 1월 말에 잠깐 투수로 등장해서 평균 구속 140에 최고 154를 던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다른 팀의 트레이드 요구도 들어왔습니다. 백승현은 20시즌에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7월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그 이후에 자동 아웃 카운트를 주는 선수가 되면서 2군으로 갔고, 장준원이 백업으로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입지가 위태로웠습니다. 그리고 8월 말 명석하신 차 단장님께 투수 전향 의사를 보였다고 합니다.
21시즌에 퓨처스 리그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투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6월 5일 기아전에서 1군 투수 데뷔전을 치렀는데 4 모두 땅볼로 잡아내 퍼펙트로 이닝을 마무리했습니다. 모든 직구가 150을 넘겼고, 최고 153까지 찍혔습니다. 구속으로만 보면 마무리를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해 연말에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쓰지 않던 근육을 쓰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겠죠. 순조롭게 재활하면서 22년 시즌을 맞았으나 1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12경기 10이닝 1패 1홀드 방어율 10.80이었습니다. 공은 빠른데 제구가 몰리는 경향이 있고, 구질이 지저분하지 못한 것인지, 노림수가 없는지 아무튼 맞으면 멀리 갔습니다. 하지만 투수 전향 2년 차에 수술까지 한 선수니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직 백승헌은 젊은 선수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덧 23시즌이 돌아왔고, 이번 시즌은 정우영, 고우석이 망하고 있는 시즌이고, 김대유는 떠났고, 김진성이 신예들과 어떻게든 꾸려가고 있는 시즌이었는데, 두둥 탁, 백승현이 나타난 것입니다.
백승현, 팀을 위기에서 구하다
백승현은 23시즌에 40이닝 2승 3세이브 11홀드 방어율 1.58에 WAR 2.04를 기소하며 미친 활약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몰리던 공이 사라지고, ‘칠 테면 쳐 봐라’는 듯 던졌는데, 타자들이 거의 못 쳤습니다. 고우석 이후를 잠깐 생각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백승현이 야수를 그만두고 투수가 되고자 했을 때 부모님이 하던 것을 더 해보라고 말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백승현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19년 시즌 후에 4년 40억 계약을 따낸 오지환이 건재하고, 동기인 장준원도 1군에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백승현은 야수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의 순간에 투수 재능을 확인하고 1군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백승현이 투수로 전향한다고 했을 때, 오지환이 미안한 마음을 보였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는 그런 것입니다. 같은 팀에 2명의 유격수가 모두 뛸 수는 없습니다. 1인자가 아프거나 부진하지 않고서는 2인자가 뛸 자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투수는 다릅니다. 투수가 공을 던져야 야구가 시작되기 때문에 한 포지션에 10-12명의 엔트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150km를 던지는 백승현의 한 자리는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백승현은 투수로 전향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가 1군에서 살아남아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리그에서 몇 안 되는 강속구 불펜으로 이름을 남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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