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로 가는 길

플럿코, 떠나는 선수는 잡지 않는다

철투쌤 2023. 11. 5. 14:56
반응형

엘지의 외국인 투수

 엘지 트윈스는 예로부터 외국인 선수들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투수는 그럭저럭 던졌으니 앞의 문장은 바로 의미를 잃었습니다. 엘지에도 괜찮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선수는 주키치, 옥스프링, 리즈, 헨리 소사, 타일러 윌슨 등입니다. 이들 선수들은 리그 평균 이상을 기록했고, 결과적으로 돈값을 한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왜 뭔가 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엘지에는 엔씨의 페디나 두산의 리오스, 기아의 헥터같이 미친 듯이 리그를 씹어먹는 투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다른 팀에서는 켈리, 플럿코를 데리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손흥민을 데리고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말을 했던 슈틸리케 감독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6~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줄 것 같은 초강력 투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플럿코 나비효과

 2022년 엘지 트윈스는 플럿코라는 투수를 영입합니다. 이 선수는 시즌 초반에 약간 퐁당퐁당 던지는 투수였습니다. 좋은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성적이 들쑥날쑥해서 불안한 투수였기 때문에 2022년도 투수 농사는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후반기에 들면서 전혀 다른 투수가 되었습니다. 등판하면 6이닝은 꾸역꾸역 막아줄 뿐만 아니라 등판하는 날 팀이 승리했습니다. 그러니 2022년 후반기 엘지트윈스는 나름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형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엘지 트윈스는 왜 작년에 우승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투 펀치라고 생각했던 플럿코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다쳤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내국인 선발이 약한 팀인데, 외국인 투펀치가 후반기에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는 뻗어버린 것입니다. 이 일로 팀은 포스트 시즌에서 탈락했고, 시즌 내내 극강의 2등을 하다가 종합 3위로 마쳤고, 프랜차이즈 감독인 꾀돌이가 옷을 벗었습니다. 플럿코 나비효과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플럿코, 재계약에 성공하다

 하지만 나비효과의 주인공 플럿코는 2022시즌 후반기에 강력했던 성적으로 자연스럽게 재계약하게 되었고, 올해 전반기 그 계약은 정말 훌륭한 계약이라고 다들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후반기에 플럿코가 거짓말처럼 ’, 진짜 쓰러졌습니다. 처음에는 컨디션 저하라고 했고, 조금 있다가는 코로나에 걸렸고, 8월 말에는 좌측 내전근 부상이라더니 결국 좌측 엉덩뼈 타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일로 4~5, 팀이 막판 1위 승부를 하고 있을 시점에 투 펀치가 빠진 것입니다. 위기였으나 팀은 잘 극복했고, 결과적으로 플럿코는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몸이 재산인 선수는 회복이 끝났을 것 같은 10월에도 던지기를 거부했고, 감독이 엄포를 날렸으나 소용없었습니다. 한국에서의 검진에는 선수 몸에 이상이 없다지만 미국에서 검진해 보니 플럿코에게 던지지 않기를 권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여러 언론 플레이 끝에 플럿코는 팀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다른 팀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내국인 선수를 향해 파이팅을 불어넣는데, 엘지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물론 오스틴은 예외입니다. 아무튼 플럿코가 없을 때도 잘 해왔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플럿코는 어떤 선수인가

 그럼 플럿코는 어떤 선수일까, 늦었지만 시작해 보겠습니다애덤 플럿코는 미국 국적으로, 199110월생입니다. 우투우타 선수로 2013년 드래프트 11라운드 전체 321번으로 클리블랜드에 드래프트 되었습니다. 이보다 먼저 2010년 휴스턴에 6라운드에 지명되었는데 캘리포니아 대학 진학을 위해 포기했다고 합니다. 대학 때는 팀을 대학 월드시리즈 결승으로 이끌고 우수 선수상을 받습니다.

 20169월에 빅리그에 부름을 받았고 불펜으로 데뷔전을 갖고 12/3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메이저에 데뷔했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 클리블랜드 선발진에 코리 클루버, 카를로스 카라스코, 트레버 바우어, 마이클 글레빈저, 대니 살라자르, 조시 톰린 등이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클루버나 바우어는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들이고, 카라스코는 다승왕, 클레빈저는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 하이라이트에 자주 나왔던 긴 머리 투수입니다. 이렇게 쟁쟁한 선수들이 있었으니 선발 투수였던 플럿코에게는 운이 좋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7년에는 한 차례도 메이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플럿코의 시즌별 기록

 2018시즌에 드디어 메이저 땜방 투수가 되었습니다. 17경기(12선발) 451세이브 762/3이닝 방어율 5.28이었다. 하지만 마이너에서는 노히트 노런도 기록했고, 트리플A 14경기 1.70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2019시즌에 땜방 선발이긴 했어도 21경기 751091/3이닝 방어율 4.86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이 정도 성적이면 메이저에서도 5~6선발 수준입니다

2020시즌에 볼티모어에 현금 트레이드되었는데 38경기 126홀드에 56이닝을 던지고 6.71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AL이라도 알동과 알중은 천지차이인 모양으로 기록이 박살납니다. 선발 투수로는 1게임만 던졌고 WHIP 1.63을 찍었습니다. 망했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앞선 2시즌 동안 5점대 방어율에 WHIP 1.33~1.38을 기록한 것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로써 플럿코는 전형적인 AAAA급 선수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플럿코는 한국에 왔고 한국에서는 꽤 좋은 투구를 했습니다. 2시즌 동안 39경기에 나와 268285.1이닝을 던졌습니다. 22년에 162이닝, 23년에 123.1이닝입니다. 방어율은 2.39~2.41이고 평균 WHIP1.08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 통산 1.38을 기록한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리그 수준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결과입니다.

 

플럿코의 워크에식, 비난은 자제하자

 플럿코는 야구 선수가 아니면 그냥 전형적인 백인 옆집 아저씨 같습니다. 그런데 이래저래 팀 동료, 감독, 팬들로부터 워크에식이 부족한 선수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번에 팀에서 나갈 때부터 여러 언론, 게시판 등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플럿코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몸이 전 재산인 선수입니다. 그러니 이런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아픈데 던졌다가 다치면 과연 엘지트윈스는 내년 계약에 플럿코를 생각이나할까 싶습니다. 5년간 충성했던 켈리도 올해 초에 부진했을 때 교체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엘지 트윈스입니다. 프로는 냉정합니다.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아파서 못 던지겠다는 선수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올해 플럿코가 11승이나 해주면서 선발 한 자리를 잘 채워줬기 때문에 오늘 엘지 트윈스의 이 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이쯤에서 비난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플럿코, 어디 가서든 잘해라. 그리고 엘지 우승 반지는 배달해 주도록 말해볼게. 안녕.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