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로 가는 길

LG 트윈스 우승, 왕좌로 가는 길(Road to the throne)

철투쌤 2023. 10. 1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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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G TWINS 정규시즌 우승, 무려 29년의 기다림

엘지 트윈스 정규시즌 우승 엠블럼, 출처 : 엘지 트윈스 구단 홈페이지

 103, 엘지 트윈스는 무려 29년 만에 KBO 리그 정규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날 매직넘버 1을 남겨두고 경기가 없었던 엘지 트윈스 선수들은 104일 열리는 롯데와의 엘지·롯데 경기를 위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우승 경쟁을 하는 NC 다이노스와 KT 위즈가 SSGKIA를 상대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우승 확정이 뒤로 밀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SSG5점 차를 뒤집었고, KIAKT 위즈의 마무리 김재윤을 무너뜨렸습니다. 선수들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을 것입니다. 저는 엘지 팬으로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을 기다린 우승이었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긴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1 때 그러니까 94년에는 주말에만 야구 중계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엘지 경기를 중계하는 날이면 그 더운 아랫방에 앉아 야구를 보고 있었습니다. 94년에 엘지는 신인 3인방인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의 등장과 정삼흠, 김태원, 이상훈, 김기범이라는 탄탄한 선발진, 김동수, 유지현, 박종호, 노찬엽으로 형성된 센터라인, 그리고 불펜에 차명석, 마무리 김용수 등이 있었습니다. 짜임새 있는 선수단과 나름 혁신적인 투수 분업화를 바탕으로 신바람 나는 우승을 했습니다. 아마 그때 누군가가 이 팀이 앞으로 29년간 우승을 못한다고 말했다면 그는 실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까까머리였던 중학생은 초등학생을 아들로 둔 아빠가 됐고, 엘지 트윈스는 감독만 13명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2. 너무도 아쉬웠던 유지현 감독의 2022년 LG TWINS

 작년에는 꾀돌이 유지현 감독이 한 팀에서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우승할 줄 알았습니다. 1년 내내 엘우향(엘지 우승의 향기)을 맡았고, 신생팀SSG의 구단주 버프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엘지가 우승했을 것 같은데, 조금 모자랐습니다. 그 조금의 모자람은 플레이 오프 탈락과 엘지 레전드 출신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고, 구단은 염경엽이라는 지략가 감독을 영입해 우승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모습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엘지는 이 시기쯤에 우승 트로피를 하나 들어야 합니다. 팀의 구단주가 젊은 구단주로 바뀌었고, 동시에 기업의 리더로서 모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으며, 엘지 에너지 설루션을 중심으로 한 엘지 이름표를 단 기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전 하면 엘지, 엘지 하면 가전'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삼성 가전이 치고 올라왔는데, 이런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수많은 엘지의 아이디어 상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럴 때 엘지 트윈스가 딱! 하고 우승을 해서 기업을 홍보하고, 가전을 판매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더는 모래알 팀, 잘하긴 하는데 2등인 것 같은 이미지를 벗고, 강한 팀, 강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 때가 온 것입니다.

 

3. 위기는 우승을 위한 양념, 정규시즌 우승은 절반의 우승

  그리고 정말, 시즌 초의 계획과는 너무 달라졌지만, 그래도 어떻게 우승 시즌을 끝내 만들고 말았습니다. 끝없이 달리다 죽고, 또 죽었고, 제발 좀 그만 뛰라고 할 정도로 비판을 받기도 했고, 기아에 뛰는 야구란 이런 것이다며 농락당하기도 했고, 롯데로 간 유강남을 저격하다 유강남 도루 저지율을 올려 주기도 했습니다.(느낌적으로)

 이민호와 김윤식이 빠진 자리를 FA 재수생 임찬규가 막아줬고, 들쑥날쑥한 켈리를 교체하려다 끝내 살려냈고, 위기의 순간에 불펜에서 방화범이 되고 있던 이정용이 선발투수 체질이 되어 나타났고, 미래를 주고 현재를 산다며 키움에서 최원태를 데려와 엘원태를 만들었습니다. 정우영이 방황하던 자리는 고졸 신인 박명근과 병역의무를 마치고 등장한 유영찬이 대신했습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함덕주도 부활했고, 무엇보다 대주자 신민재가 주전 2루수로 성장한 것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자기 몫보다 조금씩 더했다고 봅니다. 그랬더니 정규시즌 우승을 너무도 큰 격차로 이뤄냈습니다.

 정규시즌 우승은 절반의 우승입니다.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쓰게 된 이 글은 엘지트윈스의 2023년 통합 우승을 기원하며 왕좌로 가는 길’(road to the throne)이라는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그리고 그 왕좌로 가는 길에 작은 돌 하나라도 올린 수많은 트윈스를 기억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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