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3차전, 케네디 스코어
이런 게임이 있습니꽈아아. 일 한다고 못 보고, 일 끝나고도 질까 봐 조마조마해서 못 보고, 지하철에 오면서 아는 ㅇㅇㅇ선생님의 문자 중계로만 상황을 전달받는데, 어찌나 가슴이 떨리는지, 직관하러 갔던 팬들은 진짜, 천당과 지옥을 열 번은 왔다갔다 했을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해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네이버를 열어서 중계를 보았습니다. 12분짜리 하이라이트인데, 야구를 보면서 생길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생기더군요. 조금 흔들린다 싶으니 바로 교체해버리는 감독, 불펜이 올라와서 막았는데, 실책성 플레이로 점수를 줘야하는 상황,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선수들 실책이 좀 많아 보였습니다. 불펜 투수들을 대거 투입해서 진화를 했지만, 마무리가 올라와서 불을 지르고, 이걸 또 캡틴이 뒤집고, 또 마무리가 장작을 쌓다가 끝내 이기는 야구. 이런 것을 보면 다들 재미있다고 할 것인데,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조마조마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내일은 윤식이가 선발로 나오고, KT는 불펜 데이를 예고한 것 같습니다. 내일도 승리하기를 바라며, 오늘 주인공인 오지환상적인 타격, 오캡틴 오지환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지환, 경기고 출신 우투좌타 유격수
오지환은 경기고 출신의 유격수로 우투좌타입니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엘지에 드래프트 되었습니다. 이때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김상수, 기아의 안치홍, 두산의 허경민과 함께 90년생 4대 유격수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2009년 드래프트의 진정한 승자는 두산으로 1차 지명자 성영훈은 아쉽게 됐지만,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 유희관 등을 뽑아 이들이 두산의 왕조를 엽니다. 현 키움이자 당시 우리 히어로즈는 참치를 이해 드래프트에서 뽑았습니다.
오지환은 입단 이후 유격수로 거듭나기 위해서 2군에서 첫해를 시작합니다. 수비가 좋지 않아서 그랬는지 1년 내내 2군에서 수비훈련을 받았습니다. 동기인 김상수는 삼성 입단 첫해부터 주전 자리를 잡았고, 기아의 안치홍도 첫해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심지어 우승도 차지합니다. 이 해는 기아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흘렀던 해로, 무시무시한 저력을 자랑했던 김성근 감독의 SK를 이기고 우승했습니다. 지금은 은퇴한 나비 나지환의 환상적인 끝내기는 소름돋는 장면이었습니다. 김상수는 2년쯤 후에 우승반지를 끼었고 오지환만 무관으로 남았습니다.
입단 2년 차부터 1군에서 뛰게 된 오지환은 타고난 손목 힘으로 장타도 펑펑 날렸지만, 실책이 많았고, 헛스윙 비율도 높았습니다. 특히 좌투수 몸쪽 공에는 어김없이 헛스윙을 날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군 주전으로 출전했고, 꾸준히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팀 전력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오지환이 욕을 덜 먹으면서 컸을 것인데, 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오지환, 논란의 중심에서 성숙한 선수로
그리고 이 시기쯤에 오지환에게 첫 번째 논란이 시작되는데, 바로 과도한 2루 태클로 동업자 정신이 있네 없네 하는 논란이 생겼습니다. 한때 참치가 다른 포수들 헤드샷을 날렸던 것처럼 오지환은 2루에 들어갈 때 다리를 높게 들어서 타팀 팬들도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다른 논란은 엉덩이 살이 너무 쪘다고 팬들이 비난한 것입니다. 유격수가 살이 디룩디룩 쪄서 수비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별 문제없이 예전처럼 실책하면서 수비는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오지환의 삶에서 아마도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 시기는 2018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발탁과 관련한 논란이었습니다.
오지환은 2017시즌이 끝나면 군입대를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한 해 전, 2016년에 경찰청 입단을 추진하다가 문신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탈락한 오지환은 2017년에 상무 입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군입대를 하게 되면 FA에 영향을 미치고, 사실 팀에서도 오지환이 없으면 갑갑한 상황이기는 했습니다. 백승현이나 강승호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그러다가 오지환이 갑자기 아시안게임에 도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당시는 김하성이 유격수 넘버원인 상황에서 김선빈, 김재호 등이 쟁쟁한 경쟁자였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아마도 팀에서 오지환을 뽑아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설들이 많았다. 김하성이 주전이면 오지환은 뽑히더라도 백업이라 유격수만 봤던 오지환이 내야 유틸리티를 할 수 있을까하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선동열 감독은 오지환을 발탁했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지환은 백업으로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하지만, 이때 배탈로 인해서 제대로 게임에 뛰지도 못했다고 또 비난을 듣습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이제 이 내용이 국정감사까지 번졌습니다.
손혜원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정말 이상한 질문까지 해 가면서 나름 국보투수 선동열을 흠집내기 시작했습니다. 야구라고는 시구할 때 얼굴이나 비추고, 경기장 개보수 좀 해달라, 경기장 수익 분배 좀 조정해달라 하면 들은 채도 하지 않던 의원들이 야구대표팀을 향해 칼날을 들이댔는데, 결국 자신들의 무식만 드러내고 유야무야되고 말았습니다. 피해자는 선동열, 박해민, 오지환이었습니다. 비난은 선수들 SNS테러로 이어졌고, 한동안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지환은 이후 실력으로 이 논란을 잠재워야했습니다. 사실 박해민은 그 당시 잘 몰랐고, 오지환에 대해 나름 변명을 해 보자면, 입단 초기 실책이 엄청 많았지만 2015년 이후 실책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지환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000이닝 가까이 출전하고, 실책은 2018년을 제외하고 12~16개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강철 체력에,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치고는 그렇게 실책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선동열 감독 입장에서는 김선빈, 김재호도 좋은 선수이지만 홈런을 칠 수 있고, 수비도 되는 오지환을 발탁해도 좋았을 것입니다. 넓은 잠실을 쓰면서 OPS나 세부 지표들이 결코 김선빈, 김재호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지환, 2022년 골든 글러버, 롤렉스의 주인공이 되어라
오지환은 매번 2인자 자리에 머무르다 2022년에 드디어 골든 글러버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해에 김혜성이 2루로 갔기 때문이라며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결국 유격수 넘버원이 된 은 사실이고 시간이 좀 걸려서 데뷔 14년차였습다. 그리고 두 번의 FA에 성공했고, 아마도 종신 엘지가 될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오지환은 15시즌 1750경기에 출전했고, 통산 타율 2할 6푼 5리, OPS 0.764를 기록했다. 그렇게 빼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팀이 필요할 때 한방을 날려주는 모습에 이 성적이라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데뷔 초기에 팀이 한창 어려울 때, 오지환의 찌푸린 표정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든 이기려고 악착같이 달려들고 홈런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악바리 근성을 오지환이 보였습니다. 일단 우승하고 나서 롤렉스의 주인공을 논할 때 오지환에게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우승부터 하자.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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