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가 된다는 것
KBO리그에서 선발투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다소 아쉬운 선수들이 있습니다. 엘지에서 애지중지 키웠던 제주고 출신 1픽, 임지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완 강속구 투수라 기대가 컸는데, 고질적인 제구 불안 때문에 진짜 연습만 하다가 은퇴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2군에서 잘 던져도 1군에서는 배팅볼 투수가 되기도 하고, 2군에서 매덕스 놀이를 해도 1군에서는 볼질만 남발하는 투수가 되기도 합니다. 비좁은 리그지만 그래도 1군은 1군이라 진입장벽은 물론, 생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10년 연속 150이닝 이상 던졌다는 양현종 같은 선수는 대단한 선수임은 틀림없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서두가 긴 이유는 오늘 주인공이 팀에서 기대하며 뽑은 선수인데 아직 1군에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겨우 3자리, 그 비좁은 한국인 선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던지고 있을 이상영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상영은 누구인가
이상영은 부산 해운대구 출신으로 부산고를 졸업한 좌투좌타의 선발투수입니다. 2019년 2차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엘지에 입단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3학년 때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처음에는 엔씨에 갈 것 같았는데 결국 엘지가 품었다고 합니다.
19시즌에는 주로 2군에서 뛰었고 8월에 1군 기아와의 경기에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1이닝 4피안타 2실점 1K를 기록하면서 프로 1군 생활을 시작합니다. 팀에서는 나름 편안한 상황에 내보냈는데, 이상영은 꽤 많이 맞았습니다. 20시즌에는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2군에서만 던졌고 시즌 후에 상무에 지원했지만 엘지 선수들 모두 떨어졌다고 합니다. 상무에서도 실적이 좀 있는 선수들을 뽑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상영은 메리트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2021시즌에 김윤식, 남호 등과 같이 대체선발 1순위로 언급되었고 셋 중 가장 좋은 폼을 보여서 기대받았습니다. 업계 사람들이 기대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상영은 1군에서 던질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습니다. 이상영은 어떤 선수일까요. 4월에 수원 KT전에서 데뷔 첫 선발등판해 무실점이지만 5사사구를 내주고 3회 2사 1,2루에서 교체되었고 다음날 2군으로 갔습니다. 재콜업 된 후 중간에서 추격조 역할을 하다가 6월 9일에 NC전에 4회부터 구원등판해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KBO리그 통산 첫 승입니다. 하지만 팀에서 기대한 것과 달리 선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습니다. 21시즌은 정찬헌이 키움으로 가면서 선발 자리가 하나 비었습니다. 그런 상황은 2군 선수들에게 천금같은 기회였습니다만 누구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시즌이 끝난 후에 구본혁과 함께 상무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군대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야 했습니다.
이상영, 상무 입대는 기회
이상영에게 상무 입대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실제로 이상영은 상무에서 보낸 2시즌 동안 2군에서는 더 던질 것이 없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22시즌에 22경기 119와 2/3이닝 10승 3패, 방어율 3.31 사사구 32개를 기록했고, 23시즌에 9경기 8승 1패 방어율 2.63을 기록했습니다. 이러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선발 유망주가 상무에서 빼어난 기록을 남겼으니 당장 데려와 쓰고 싶었을 감독은 이상영이 전역하자마자 기회를 줍니다. 당시 엘지 트윈스는 선발진이 너무 약했기 때문입니다.
23시즌 6월 12일에 전역하여 팀에 합류했습니다. 팀은 6월에 하락세를 기록했고 이상영이 전역 직전에 상무에서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승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기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모두가 생각하는 좋은 쪽으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6월 중순 삼성전에 선발 등판하여 4이닝 65구 4피안타를 기록했고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6월 말에 엔씨전에 선발등판하여 우왕좌왕하다가 2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었습니다. 구속이 나오지 않아 상무에서 만든 투구폼을 다시 교정한다고 합니다. 염경엽 감독이 기회를 여러 번 줬는데, 그때마다 매우 아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선수가 가장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미국 야구에 AAAA선수라는 말이 있는데, 이상영은 1군과 2군 사이 어딘가에 있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구속을 잡고 1~2이닝 계투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려면 현재로서는 다른 팀으로 가야합니다.
이상영의 갈림길
이상영은 좌완에, 큰 키로 타점이 높고, 부드러운 투구폼을 하고 던집니다. 벤자민 주키치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주김치라는 별명도 있다고 합니다. 타자들이 주키치 공을 치기 어려워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영에 대한 기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상영은 입대 전에는 148~149 정도의 패스트볼을 던졌던 선수입니다. 특이한 폼과 구속에 비해 공끝이 묵직하고 지저분한 편이라 타자들이 치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 군대를 다녀오더니 구속을 잃어버렸습니다. 아마도 업계에서 늘 말하는 구속을 버리고 제구를 얻는다는 프로세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프로에서 구속 1~2의 차이가 주는 효과가 얼마나 큰데, 아무리 공끝이 묵직하고 지저분해도 눈에 보이면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구속을 버리고 제구를 얻는다는 맹신의 한계입니다. 이렇게 군에서 조정하면서 이상영은 1군에서는 제구도 구속도 없는 선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러구러 이상영은 KBO통산 3시즌에 총 30경기 63과 2/3이닝을 던져 1승 2패 방어율 4.66을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많은 이닝을 던졌던 21시즌에 50이닝을 던지면서 7피홈런 40사사구 30탈삼진 WHIP 1.60을 기록하면서, 1군 레귤러 수준이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홈런도 많이 맞았고 사사구도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는 좀 어려워 보입니다. 이상영에게 어떤 돌파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임지섭이라는 선배 선수의 사례로 보면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은퇴 기로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니 이상영 선수를 위한 선수와 팀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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