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은 누구인가
이동진은 영화평론가다. 신뢰받는 평론가이면서 말을 고급지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꽤 오래전에 당시에는 아직 유명세가 덜했던 작가 김중혁과 함께 '빨간 책방'을 운영했다. '빨간 책방'은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 나는 운전을 하거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할 때는 꼭 이 프로그램을 들었었다. 그리고 그때 추천으로 읽은 책들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같은 책들이다. 이동진은 영화평론가면서 수많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책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의 독서 취향을 모두 따라갈 수는 없으나 간혹 얻어걸리는 책 중에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들이 많다. 이동진이 아니었으면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찬호께이 소설은 특히 그렇다. 간혹 우연하게 좋은 책들이 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동진이 어떤 방식으로 책을 대하는지 솔직하게 기술된 그의 독서법 책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닥치는 대로
이동진 작가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읽는다. 잡식성이다. 어떤 내용이 좋고 나쁜지는 일단 읽어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이것저것 읽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소설만 읽었고, 최근 몇 년 동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기 개발서를 그렇게 읽었다. 그 앞 몇 해는 또 교양과학 도서를 꽤 읽었고, 건축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의 입시 상담을 할 때에는 건축가들 책을 읽었다. 안도 다다오, 구마 겐고, 르 코르뷔지에의 수필을 읽었던 것 같다. 어떤 책을 읽겠다고 정해놓고 읽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정하지 않고 그때 그때 주어지는 책들을 읽다보면 책을 보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로 흘렀다.)
끌리는 대로
나는 브라우징을 좋아한다. 도서관에서 특정한 책을 정하고, 도서번호를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 찾아나오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허락하면 이 책들의 숲을 산책하듯 거닌다. 이것저것 눈으로만 눈팅을 하거나, 몇몇 관심이 가는 책들이 보이면 꺼내서 슬쩍슬쩍 훑어본다. (그리고 이래서는 안 되지만) 도로 꽂는다. 그러기를 몇번 반복하다가 이제 뭐라도 빌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시간이 오면,(그래 너로 결정했다) 딱 몇 권을 뽑아서 대출대로 향한다. 끌린다는 것은 책과 인연을 맺는 행위다. 인간의 행동에 수많은 사연이 있듯, 내가 어떤 책을 고르는 데도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인연이 작용하는 것 같다.
오직 재미있게
재미라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책을 같은 시간에 읽어도 어떤 이는 재미없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주관적인 것이 '재미'이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 오직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재미'와는 뜻을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책은 내게 고통스런 재미를 주고, 어떤 책은 내게 지적인 재미를 준다. 어떤 책은 새로운 것을 알게하는 재미를 주고, 어떤 책은 작가를 신으로 착각하게 하는 재미를 준다. 그런데 간혹 이런 재미를 끝내 찾지 못하는 책이 생긴다. 그럴 땐 삶이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재미가 있다고 눙치자.
이동진 독서법
-저의 서재에는 물론 다 읽은 책도 상당하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서문만 읽은 책도 있고 구입 후 한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도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는 것, 서문만 읽는 것, 부분 부분만 찾아 읽는 것, 그 모든 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13쪽)
-'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라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요즘 식으로 말하면 허세일까요. 저는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신적 깊이와 부피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즐기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적 허영심일 거예요. (18쪽)
이 짤막짤막한 사유의 나열들 속에는 책과 독서를 대하는 이동진 나름의 혜안이 담겨있다. 책이나 책을 읽을 때, 그것을 너무 두려워도 말고, 너무 소중히도 말고, 그냥 보통으로 평범하게 대하면서 친해지기를 바라는 글쓴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끝으로 이 책의 뒷부분에는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이 500권 정도 나와 있다.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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