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꺼솟, 김상현
하기는 김상사 김상현하면 피꺼솟이지. 암흑기 엘지팬 중에 김상현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고, 수많은 선수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 비좁은 리그에서 멀리서, 뒤늦게나마 그를 위한 글을 쓰고 있는 친구가 있는 그는 행복한(?) 선수가 아닐까나. 김상현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용병으로 불렸다. 외모가 라틴계라서 그의 별병은 곤조, 곤잘레스, 김곤조 혹은 약물 사용을 주장하는 일부는 약곤조라고 부르고, 기아팬들은 (엘지에서 돌아온) 김상사라고 부른다. 나는 곤조보다 김상사가 입에 붙어서 그냥 그렇게 부른다.
김상현은 누구인가
김상현은 군산상고 출신으로 기아(당시 해태)에 2차 6라운드로 입단한다. 입단 후 별 성적 없다가 2002년 7월 말 경기에서 딱! 하고 야생마(이상훈)에게 동점 투런을 날리면서 엘지 김성큰 감독의 눈에 들어 엘지로 트레이드 되고(2002년 홈런 1개) 김성큰이 떠난 2003년에 본격적으로 엘지 트윈스 3루수가 된다. 이후 엘지 시절의 그를 요약하자면 파워 하나는 끝내주는데, 어깨도 정말 좋은데, 컨택은 병맛이고, 수비는 고딩(도 그래 안하겠다)수준에,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클러치 상황에서 꼭 더듬는다.(에러, 나중에 오지환이 오지배가 되는 시절과 비슷하다) 가끔 엘지에서는 보기 드문 홈런을 정말 가끔 쳤는데, 팬들은 이를 두고 영양가 없는 홈런, 생명연장 홈런으로 불렀다. (왜냐하면 10대 0으로 지는 게임에 솔로 홈런이었다고나 할까) 그를 끊임없이 기용하던 김재박 감독에게 팬들은 ‘김상현이 사위냐, 아들이냐’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때는 몰랐으나 이런저런 기록에 2군 팜이 부실해서 쓸만한 선수가 없었단다. 하긴 나중에 기아에서 정성훈이 FA로 풀리자 당장 사왔고 김상사는 자리를 잃었다.)
아무튼 2004년에는 발전이 없었고, 2005~2006에는 상무시절인데 이때 2군을 박살내버렸고, 그 기세로 2007년 전반기에
팬들에게 희망을 품게 했으나 야구 선수의 기록은 평균에 수렴하게 되니, 그해도 결국 꼬라박고 2008년 어영부영하다가
2009년에 작뱅, 정성훈 등에 밀렸고 기아로 트레이드 됐는데, ‘엘지에서는 기회가 없었다’는 희대의 망언으로 팬들 가슴에
대못질을 하고 웃으면서 기아로 떠났다. (그런데도 나는 김상현이 떠날 때, 가서 잘하라고 응원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잘 할 줄은 몰랐지.)
김상현의 환골탈태
김상현은 정말 약을 먹었으면 하루에 한통씩 먹은 선수처럼 초 A끕 활약을 펼치고, 수비 실책 그까이거 엘지에서나 문제 되지 기아에서는 실책은 타점이나 홈런으로 퉁! 전혀 다른 선수로 거듭난다. 이때가 야구를 제일 잘 할 때인 30세 시즌. 2009년 그해 김상현은 리그 MVP가 되었고, 홈런왕, 타점왕이었으며, 다섯 시즌 동안 엘지에서 친 홈런보다(32) 많은 홈런을 쳤고(35), 다섯 시즌 동안 엘지에서 친 타점보다(128) 1점 적은 타점을 올렸다.(127) 탈(엘)지 효과는 과학이다. 하지만 야구는 실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고 철투가 끊임없이 말하지 않는가.
김상현의 부상과 내리막길
이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찾아왔고 구장은 열악하기로 소문난 광주 구장이었고(엘지 선수들도 많이 다침. 지금은 챔피언스필드라고 엄청 좋은 신축 구장임. 기아 좋겠다.) 코치들이 포지션을 외야로 옮기라고 했는데 땡깡을 부리다가 결국 꽃범호가 일본에서 복귀하자 (한화가 아니라 기아로)자리를 잃었다. 꽃범호는 일본에서 3루 수비를 못한다고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나는 김상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가 SK로 가고, 나중에 KT로 갔다는 것도 가물가물하다. 그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은 특히나 아름답지 못한 기억이라, 이만 총총.
(*2021년 8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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