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데려온 왼손 강속구 투수
(*2021년 8월 시점에 작성한 글입니다. ^^;;)
왼손 강속구 투수는(자완 파이어볼러)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이 있다. 왼손 투수가 부족하고 더구나 빠른 볼을 던지기도 힘든데 왼손에 강속구라니. 대박. (좌투수는 좌타자에 강한 경향이 있는데 한때 엘지에 좌타 똑딱이들만 있던 시절에 다른 팀들은 되도록 엘지에 좌투수를 배치하려고 애를 썼다. 사실 천하의 류현진도 엘지가 없었다면 오늘날 명성을 얻었을지 모르겠다.)
엘지에도 왼손 강속구 유망주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서.승.화. 서승화는 98년 2차 3라운드 지명받고 대학에 진학했다가 2002년 대학 졸업 후에 계약금 5억에 엘지에 입단한다.(입단까지 사연이 길어서 실제로는 10억에 계약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엘지는 서승화에 기대가 컸다. 무려 왼손 강속구 투수 아닌가. (다른 팀 놈들 복수할 테다.)
하지만... 강속구 투수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제구력이다. KBO리그에도 수많은 강속구 투수가 있었다. 160킬로(하쿠로쿠쥬키로오~)에 조금 못 미친 엄정욱, 최대성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투구는 시원시원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빠르기는 한데 제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볼넷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상도 잘 온다. 암튼 강속구 유망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왼손 강속구 투수인 서승화는 엘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때마침 감독은 김성큰 감독이니, 선수 하기에 따라서 대선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엘지팬의 바람일뿐. 바람은 미풍에 그치고. 서승화의 제구는 잘 안 잡혔고, 많은 투구를 할 수 있는 체력도 부족했다. 그러니 기대한 만큼 안타까움이 클 밖에 없다.
악동이라는 낙인
서승화는 왼손 강속구로 이름을 날리기보다 ‘기행’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이름하여 악동 서승화. 나이 20이 넘어서 악동이라니. 제일 먼저 기억 남는 것은 이승엽과의 난투극이다. 사실 이때만 해도 서승화가 나이가 어리고 이승엽이 국민타자라서 서승화가 나쁜 놈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사연이 좀 길다.
이전 해 코시(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두 팀이었고, 하필 엘지와 삼성은 나름 라이벌이고(가전제품 라이벌, 당시 삼성은 지금 삼성으로 도약하기 전이다.) 그날따라 시작부터 삼성에서 빈볼성 투구가 나왔고 보복구인지 뭔지 서승화가 이승엽을 맞혔고(서승화는 제구가 잘 안 되는 강속구 투수니 얼마나 아팠을까), 하필 이승엽은 7~8경기째 홈런이 없었고, 서승화는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이승엽은 중학교 후배 서승화가 사과를 안 하니 열받았고, 9회에 엘지 타자가 사구를 당하자 서승화가 뛰어나왔고(하필이면 사구 당한 타자가 서승화 룸메이트란다) 이때 이승엽도 뛰어나와 멱살잡이하고 펀치 주고 받고 큰 싸움이 벌어졌다. 아무튼 국민타자를 건드린 죄는 서승화에게 악동 딱지를 붙여버렸고 서승화는 뭘 해도 이상한 쪽으로 이어졌다.
오르지도 못했는데 하락이라니
2004년 시즌에는 빈볼로 여러 차례 퇴장을 당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그해 6월에 두산하고 경기였는데 그리 타이트한 경기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런다운에 걸린 상대 선수 윤재국의 다리를 걸어 주루를 방해했다. (나는 그 게임을 하이라이트로 봤는데 선수가 뭔가 홀린 것처럼 행동했다. 다리를 걸 생각을 하다니. 창의적이다.) 하필이면 윤재국 선수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고 시즌 아웃되었다.(한 해 날아갔다는 소리. 야구 선수들이 10년 정도 1군 생활을 해도 정말 잘하는 축인데, 1년이 날아가 버렸다. 좀 이상하게 꼬였지만 윤재국은 그해 연말에 선수 병역비리에 연루되어 군입대를 했고 여차저차 선수생활은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한편 엘지 유망주 서승화도 2009년에 공익해제 후 복귀하면서 드디어 제구력에 탄착점이 잡히나 했더니 작뱅(작은 이병규) 대갈빡에 빳따로 흠찝을 내면서 징계 먹고 시즌 아웃된다. 2010년에는 박종훈 감독에게 밉보였는지 감독이 9월에(성적이 아작났을 시기다) 프로선수에게 143구를 던져서 완투패하게 하는 만행을 보인다. 몸이 전재산인 선수에게 할 짓인가. 그래 놓고 릴리스포인트 잡으라고 기회를 줬다고 변명한다. 2011년에는 이형종(전 눈물의 왕자, 현 광토마) 등과 항명사태를 거쳐 연말에 방출된다.
미완의 유망주, 아쉬운 재능
서승화 선수는 키 195에 왼손 강속구 투수다. 2차 3라운드 지명에 계약금 5억이면 엄청난 기대주라는 것을 같은 업종의 전문가, 선배들이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완의 유망주로 악동 이미지만 남기고 사라졌다. 서승화 선수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재능이 있으면서도 살리지 못했고, 하필 빈볼 시비 붙은 대상이 국민타자였고, 생각없이 한 행동에 동료 선수의 선수 생명을 끊어버릴 뻔하고, 나이 어린 후배들을 달래야 할 때 함께 항명 파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박종훈 감독이 좀 많이 지나친 행동을 하고 운영도 미숙했던 점은 감독 잘못 만난 서승화 선수에게 아쉬운 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이겨내는 것은 프로다 싶다. 아쉬운 재능은 늘 아쉽기에 기억에 남고. 재능 있는 선수가 프로 1군 문대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고, 개인 성향은 물론 감독 운도 좋아야 한다는 것을 절절하게 보여준 사례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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