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트윈스의 창단과 우승
엘지 트윈스라는 야구단. 원래는 MBC청룡이라는 팀이었습니다. 1982년에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야구를 워낙 좋아했다고 하는 엘지 그룹의 선대 회장님께서는 야구단 운영을 하고 싶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야구단 창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프로야구가 초등학생 나이가 될 무렵에 드디어 MBC청룡을 인수하여 엘지 트윈스를 창단합니다. 엘지 사옥이 쌍둥이(트윈) 빌딩이고, 엘지가 전자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키워서 마스코트가 쌍둥이 로봇이 됩니다. 그래서 팀명도 엘지 트윈스가 됩니다. 당시 KBO리그 마스코트들이 대체로 동물의 왕국에 웬 거인이 하나 있는 형국이었는데, 떡하니 로봇이 그것도 둘이나 나타났고 등장과 동시에 우승을 차지합니다. 클라스는 영원합니다. (89년 기준으로 해태 호랑이들, 빙그레 독수리들, 태평양 돌고래들, 삼성 사자들, OB 곰들, MBC 블루와이번스, 롯데 거인이었습니다.) 아무튼 89년에 7팀 중 7위로 마감했지만 나름 선수층이 좋았던 MBC를 인수한 엘지 트윈스 구단은 이듬해 우승을 노렸고 실제로 우승합니다. 2022년에 SSG의 신생팀 버프는 실제로 1990년에 엘지 트윈스가 먼저 시전한 것입니다.
김용수, 엘지 트윈스 선진 시스템 도입의 수혜자
엘지 트윈스는 그리고 나름 선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투수의 분업화입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KBO리그에는 선발, 중간, 마무리 투수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80년대의 장명부 선수는 애니메이션 원아웃에 등장하는 토쿠치 토아같은 삶을 현실세계에서 보여줍니다. 이틀 혹은 3일에 한 번씩 등판하기를 시전합니다. 그것도 무려 선발입니다. 요새는 1이닝씩 던지는 마무리를 3일 연속 던지면 그 다음날은 무조건 쉬게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 언론의 물어뜯기 대상이 됩니다. 성적이 좋으면 살짝 묻히는 감이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운영해서는 성적이 좋을 수가 없어서 대체로 가루가 되도록 언론과 팬, 불펜에서 까입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투수분업화의 선구자는 엘지 트윈스였고, 이 과정에서 혜택을 입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김용수 선수입니다. 김용수가 못 던지는 선수였다가 마무리가 되면서 잘 던진 것은 아니고, 원래도 잘 던지던 선수였는데, 1이닝 마무리로 정착하면서 오래 던지고 잘 던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2이닝 마무리 3이닝 마무리도 간혹 했지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감독이 엄청 배려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거인 구단의 경우, 강병철이라는 희대의 감독이 있습니다. 이 감독의 경우 롯데의 2번 우승을 모두 견인한 감독이지만, 2번째 우승시에 염종석이라는 롯데의 10년을 책임질 선수를 한해에 모두 갈아 넣기를 시전해, 조기 은퇴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됩니다.)
김용수는 누구인가
오늘의 손님인 노송 김용수는 초기에 평균 구속 140에 최고 145까지 던졌다고 합니다. 당시 KBO리그 평균 구속보다 5~8km정도 높은 수치입니다. 오늘날은 확실히 평균 구속이 올랐지만 당시로서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습니다. 김용수는 제구도 좋았고, 심장도 튼튼해서 마무리로 적합한 투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엘지에서 세울 기록은 다 세우고, 건강하게 오래 던졌는데, 98년에는 만 38세의 나이로 18승을 기록해 다승왕이 되었고 2000년을 끝으로 은퇴하게 됩니다. 요즘에도 마흔까지 뛰는 선수를 보기 쉽지 않은데, 당시 기준으로 김용수는 정말 꾸준히 오래 던진 것입니다. 김용수는 좋은 마무리 투수였고, 이미지도 좋아서 엘지에서 영구결번이 됩니다. 김용수, 이병규, 박용택이 엘지의 영구 결번 선수입니다. 김용수는 그렇게 은퇴한 뒤에 유학 다녀와서 이러구러 투수코치가 되었는데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인지, 코치로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김용수가 엘지 투수 코치로 왔을 때는 많은 기대를 했지만 사람만 좋을 뿐, 크게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용수는 엘지에 대한 애정이 있는 선수고, 팬들도 그를 끊임없이 아낍니다. 최초의 엘지 소방수. 김용수가 있을 때만 하더라도 엘지의 뒷문이 늘 탄탄할 줄만 알았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 수많은 방화범들이 나타났고, 마무리가 결코 쉽지 않은 보직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했습니다. 우규민이 잠시 맡았었고(나중에 우규민은 선발이 되었다가 또 불펜으로 갑니다), 러다메즈 리즈라고 헤드샷 전문가가 잠시 마무리를 맡았는데, 이때도 제구가 안 돼서 연속타자 볼넷 신기록을 세우기도 합니다. 우리 투수 조장 임찬규님도 한때 빠른 볼로 마무리를 했었고, 봉타나 봉중근도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고우석이 그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서 탄탄한 불펜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불펜의 시작, 엘지는 불펜이 단단하다는 것을 최초로 각인시킨 바로 그, 노송 김용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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