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밍아웃
(이 글은 2021년 여름에 쓴 글입니다. 격세지감, 이 글을 쓰고 딱 2년 만에 우승했습니다.)
그래 ‘엘밍아웃’하자. 하긴 우리 식구들이나 알까. 다들 부산 살면서 야구 좋아하면 ‘롯데팬’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롯데 선수들의 기록이나 성향이라도 알고 있으면 당연히 ‘야구 좀 볼 줄 아는 롯데팬’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나는 ‘엘지팬’이다. 그런데 내가 엘지팬, 트윈스팬이라고 말하면 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부산에서 엘지팬이고. (연고지 개념을 안다는 뜻) 하필 엘지팬이고. (엘지가 못한다는 뜻) DTD DTD 신나는 노래. (김재박과 엘지의 연관성을 아는 크보 골수팬이라는 뜻) 엘.지이이?. (피해야 한다) 뭐 그런, 놀라움과 비아냥이 섞인 반응. 그러나 나는 안다. 그들은 내가 엘지팬이든 롯데팬이든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그냥 나를 놀리는 그 짧은 순간을 즐길 뿐이고 아무 생각이 없다. 그래서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똑같이 반응한다. “엘지팬? 부산에서 엘지팬을 하노. 부산은 롯데 아이가” 동어 반복, 사람은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연고 개념을 몰랐던 엘린이의 고군분투기
나는 사실 ‘붓싼’ 출신이 아니다. 남해 창선 출신이다. ‘야구’하고 거리가 먼 섬 동네에서 프로야구 연고 개념을 모르는 초딩이 어느날 오후 2시에 KBS 하일성 아저씨(혹은 MBC허구연 해설)의 중계로 멋진 엘지 트윈스 선수들의 게임을 보고 난 뒤에 그만, 그리고 그해 우승을 한 이유로 그만, 3년 만에 다시 우승을 해서 그만, 팬이 되고 말았다.(우승을 자주 할 줄 알았지. 이후로 30년 가까이 못할 줄 알았나) 아무튼 나는 엘지팬이고 그것은 변함없는 일이다. 부산에 살게 되면서 롯데로 옮겨볼까 생각했고, 10년 가까이 포스트 시즌에 못나갈 때 좀 흔들렸고, NC 다이노스가 창단할 때(경남 연고팀) 마음이 요동쳤으나(옷도 샀다) 시즌이 시작되면 우리팀 경기를 찾아보고 있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팀을 정하고 나면 바꾸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팀의 좋은일 나쁜일 병신같은 일을 다 겪어가며 같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는 엘팬으로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온갖 각색과 윤색이 난무하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2021년 8월에 쓴 글입니다.
'엘밍아웃'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아픈 손가락, 김상사 (0) | 2023.12.07 |
---|---|
#4.페타신의 강림(부산 트윈스팬 생존기) (0) | 2023.12.07 |
#3.왼손 강속구 투수(부산 트윈스팬 생존기) (0) | 2023.12.06 |
#2.He dropped the ball(부산 트윈스팬 생존기) (0) | 2023.12.06 |
김용수, 최초의 마무리 (0) | 2023.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