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밍아웃

#2.He dropped the ball(부산 트윈스팬 생존기)

철투쌤 2023. 12. 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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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공놀이

 야구는 공놀이다. 투수가 던지고 포수가 받고, 간혹 타자가 치고, 세 번을 못 치면 아웃이고 어떻게든 공을 배트로 맞혀서 공이 뜨면 뜬공이고 필드에 구르면 땅볼이다. 이렇게 공이 어떻게든 뜨고 굴러서 필드 안으로 들어가면 플레이가 진행된다. 수비를 진행하는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공을 잡아 1루든, 2루든 혹은 주루선 상이든 주자를 아웃시키려하고, 공격을 진행하는 선수들은 어떻게든 아웃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렇게 저렇게 세 번의 아웃이 기록되면 공격과 수비가 바뀐다. 이런 식으로 총 9회를 진행하면 어느덧 시간은 3시간쯤 지나고(간혹 투수전이 진행되면 2시간 정도 걸리는 희귀한 경기가 생기기도 한다.) 점수가 높은 팀이 승리한다. 그러니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는 어떻게든 쳐야 한다.

 

He dropped the ball의 시작

 2009년에 MLB에서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지하철시리즈 경기에서 이 역사적인 멘트인 He dropped the ball이 나왔다. 당시 양키스에는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가 있었고, 메츠의 마무리는 “K-Rod”였다.(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압도적으로 삼진을 많이 잡았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비슷한 예로 법규 김병현 선수는 Born to K-'삼진 잡으러 태어난 자'-이다.) 7 7 동점 상황에서 8회에 미스터 메츠 데이비드 라이트가 리베라를 상대로 적시타를 쳐서 메츠가 8 7로 리드한다. 마무리 K-Rod가 올라와서 원아웃 잡고, 데릭 지터에게 안타 맞고 도루 허용해 12, 자니 데이먼 삼진아웃으로 2, 마크 테세이라는 고의사구로 21, 2, 이때 일반인들도 알 것 같은 A-Rod(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등장한다.(마돈나랑 사귐. 성질 뭣 같음, 텍사스에서 박찬호랑 뜀, 한때 야구 천재). 메츠는 A-RodK-Rod에게 엄청 약하기 때문에 마크 테세이라를 거른 것이다. 메츠 의도대로 A-Rod의 공은 평범한 2루 내야 뜬 공이 되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어야 했는데, 올스타 3, 골든글로브 3회 수상 경력의 베테랑 2루수인 루이스 카스티요(얼굴 기억 안남)가 그만, 그만, 예능을 찍고 말았다. He dropped the ball, He dropped the ball. 2사 후라서 1, 2루 주자들은 공이 뜨면 무조건 뛰게 되는데 2루 주자 지터는 벌써 홈으로 들어왔고(동점), 1루 주자 마크 테세이라도 홈으로 들어왔다.(역전 끝내기) 이런 게임을 보고 나면 양키스 팬들은 1년이 즐겁고, 메츠 팬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잠깐 여기까지가 서두다. 이제 엘지 트윈스 이야기를 하겠다.)

 

김우석의 '드랍 더 볼'

 수많은 드랍 더 볼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었으니, 성큰 킴의 SK와 김재박의 LG가 만난 게임이었다. 엘지로서는 2007시즌 막바지에 4강에 가냐 못가냐를 가르는 중요한 경기였다. 엘지가 21로 리드, 마무리는 우규민 9회초 23. 우규민이 정경배에게 평범한 2루 뜬 공을 유도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어야 하는데, 2루수는 김우석. 2군에서 수비를 잘해서 확장 엔트리로 1군에 올라온 선수였다. 그런데 그가 그만 공을 떨어뜨렸다. He dropped the ball, He dropped the ball.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서 동점. 이후 연장으로 이어져서 결국 2:3으로 역전패, 이후 연패가 이어져. 4강 탈락. 그 다음날 김우석은 2군행, 그리고 방출.(6-7년간 있던 팀에서 실책 한번으로 역적이 되고, 방출되고, 심지어 21라운더다. 삼성으로 갔다가 1년쯤 뛰고 은퇴했다.)

 

공을 놓칠 수는 있지만 삶은 이어진다.

 이 글을 쓰면서 이곳 저곳 검색해보니 나 말고도 그날 경기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과 기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두고 두고 이 경기를 기억하는 것은 김우석 선수의 실책 때문이 아니다. 그건 바로 정근우의 무례함 때문이다. 타구가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떴을 때 바로 그 타구의 주인공이 정근우다. 정근우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포구 위치가 높아서 잘하면 실책할 것 같았다." 라며 실실 쪼깼다. 끝났어야 할 경기가 끝나지 않았고, 정근우는 상대의 실책을 조롱했고, 수많은 경기에서 준수한 수비를 보이던 대수비 요원 김우석은 역적이 되어 팀을 떠났다. 나는 정근우의 조롱 섞인 인터뷰 때문에 이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재작년인가 정근우가 엘지로 왔을 때 수준급 2루수가 엘지로 왔다며 환영했다. 또 시간이 약인 것인지 인생이 비즈니스인 것인지, 역적이 되어 떠났던 김우석은 현재 엘지 2군 수비코치다.

He dropped the ball, He dropped the ball.

공을 놓칠 수는 있지만 삶은 이어진다. 야구도 이어지길. 빨리 좀 재개해라.

 

*2021년 8월에 쓴 글입니다. 선수로서는 아쉽게 마감했던 김우석은 이후 수비코치로 대성(?)합니다. 매시즌이 끝나면 상대팀의 1순위 코치 영입 후보가 됩니다. 엘지 수비를 탄탄히 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두산으로 갔다가 올해는 최원호 감독의 콜을 받고 한화로 간 모양입니다. 김우석 코치, 앞으로도 파이팅 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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