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상, 하 권 –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은 미미여사의 시대물이다.
‘호’(바보)라는 이름을 지닌 소녀가
태어난 곳에서 버림받아,
머나먼 마루미번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동시에 그들로 인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으로 보내진다.
마루미번은 지역의 소규모 번이라,
막부의 실권자가 기침만 해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마루미 번에 한때
막부의 재정부교라는 실권자였으나
정신 이상으로 아내와 자식을
죽였다는 소문이 도는 ‘가가 님’이 유배된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의 외지인이
마루미번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한 사람은 아무런 힘도 없는
가장 낮은 처지의 소녀이고,
한 사람은 전직 실권자로
번의 유력자들이 그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번의 존망이 달린 인물이다.
그런데 ‘가가 님’이 유배 온 뒤에
마루미번에는 살인사건, 유행병,
건설 중 사고 등 각종 괴이한 일들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이것들이 ‘가가 님’의
저주 때문이라고 두려워한다.
마루미번 안에서는 이를 각자가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죄인이 유폐된 저택에 하녀로 살게 된 소녀 ‘호’는
마을 사람들이 악령이라며 두려워하는
‘가가 님’의 진짜 모습을 알고 그를 이해한다.
(뻔한 설정(?)이지만 긴장감 넘치고
마치 '가가 님' 앞에 앉아 숨도 못쉴 것 같은
'호'가 된 기분이 든다. 역시 미미여사님)
정보 조작과 은폐가 유발하는 공포와 불안
-출판사에서 내건 홍보 문구다.
마루미번의 주요 지도자들은
‘가가 님’의 호위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가가 님’은 쇼군에게서 버림받았지만,
그를 홀대할 수도 없다.
혹시라도 ‘가가 님’이 외부인에 의해
살해된다면 마루미번은 사라질 수도 있다.
동시에 쇼군에게서 버림받은 ‘가가 님’을
극진히 대해도 쇼군에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모순적 상황 앞에
마루미번의 주요 지도자들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은폐하고,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다.
(번의 존망을 두고 지식인들의 고민이 깊다)
꽤 고통스러운 전개라는 것을
각오하고 읽기 바랍니다.
-이는 2권을 홍보하는 문구다.
전체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
작가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죽음들이 계속된다.
인물들은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며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보다,
오롯이 그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한 인물의 죽음 앞에 안타까워하다가도
급박한 전개 앞에 다음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을 풍요롭게 만드는 인물들
도신 와타베, 여자 오캇피키 우사는
이 소설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적절하게 막으며 균형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가가 님을 지키면서
동시에 잘 죽기를 바라는
마루미번의 높으신 분들 이야기가
지나치게 무겁게 진행된다면,
도신 와타베, 오캇피키 견습생 우사의
이야기는 백성들의 시선에서
마루미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준다.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고,
사람이 죽었으면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 인물들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놀라운 결말
진실은 무엇인가? 실제 일어난 것이
진실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믿는 것이
진실인가? 대의를 위한 정보 통제는
옳은 일인가? 결과적으로
좋게 좋게 일이 마무리되었다면
소수의 희생은 옳은 일인가?
수많은 질문들을 남기며
소설은 마른 폭포 외딴집에 떨어지는
수많은 번개로 마무리된다.
번개 치는 장면 묘사가 너무 선명해서
읽는 내내 눈이 머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읽고 나면 미미여사님이
왜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리뷰철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행 숙수 강철도 - 최종구 (0) | 2025.04.22 |
---|---|
암행-귀신이 된 암행어사, 정명섭 (0) | 2025.04.18 |
유품정리사(연꽃 죽음의 비밀) - 정명섭 (0) | 2025.04.15 |
미스터 쉐도우 - 정명섭 (1) | 2025.04.15 |
한자와 나오키2-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0) | 2025.01.03 |